결혼 왜 하려는 건지 알겠다

by 고니크

의레 다들 하니까, 혼자는 외로우니까, 뭐 사랑하니까 하는 거라고 생각했던 결혼. 이제야 왜 사람들이 그렇게들 하려는지 알겠다.


서로 좋아죽을 때 말고, 아파 죽을 때 말고, 진짜 죽이고 싶을 때 그만큼 화날 때, 화가 나서 모진 말을 퍼붓고 상처를 내고, 어떤 날엔 아예 모르는 사람인 것처럼 벽을 치고, 처음보는 얼굴을 만날 때, 아 내가 얘에 대해 아는 건 쥐꼬리만큼도 없었구나 바닥에 끌려가듯 공포스러울 때, 얘 때문에 다친 상처가 죽을 때까지 낫지 않을 거라는 걸 직감하는 순간 조차 이 사람과는 절대 헤어지지 않겠다는 마음.

가족이 되어달라는 건 그런 마음이구나.


내가 고정우(동생)랑 말 그대로 '피 튀기면서' 싸우고 그 자존심과 인격을 굴러다니는 모레먼지보다도 못하게 대할 때, 내가 지을 수 있는 가장 표독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입에서 칼을 쏟아낼 때에도 우리는 가족이라 헤어지지 못했다.

고정우가 나랑 다른 가치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삶의 질서, 사상, 습관을 가졌어도, 고정우가 고정우라는 이유만으로 나를 울화통 터지게 하는 그 모든 순간에도, 우린 가족이니까.

가족이 된다는 건 그런 거구나. 나와 결혼해달라는 말, 내 가족이 되어달라는 말은 그런 말이구나.


그러면서 동시에 또 깨달아진다.

가족을 잃는다는 거, 그런 관계를 하나 잃는다는 건 정말 정말 정말 외롭고 고통스러운 일이구나. (형언할 수 없어서 이렇게밖에 표현 안 됨) 그래서 내가 가끔 우는구나. 이게 시간이 아무리 많이 지나도 절대 괜찮아질 수 없는 일이구나. 처음엔 내가 불쌍하다가 그 다음엔 우리 정우가 보이고 또 우리 아빠가 보이고, 아버지를 잃은 내 친구가 생각나고, 여동생을 잃은 지인, 최근에 사별했다는 인스타 댓글의 누군가...


우주 하나를 잃고 사는 사람들에게 가족이 되어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살아야지. 누군가의 가족이 된다는 맘으로 글을 써야지. 그러다 어느 날 눈을 떴을 때, 온 지구의 모든 사람이 가족이 된 세상에서 안심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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