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취겠다. 7월에 스튜디오 촬영이다. 다이어트해야 한다.
내가 왜 이런 몸이 됐지? 분명히 태어났을 때는 나도 마른 몸으로 태어났다. 그런데 중학생 때부터 통통이의 길을 걷기 시작한 거야.
다이어트? 나도 해봤지. 줄넘기해보고, 하늘 자전거 해보고, 박봄 다리 해보고, 조혜련 태보 해보고, 빌리부트 아저씨는 매일 끼고 살았다. 불타는 허벅지랑 기아 팔뚝 영상은 외우다시피했다. 6시 이후 안 먹기, 5시 이후 안 먹기, 4시 이후 안 먹기... 시간은 점점 줄어들어서 재수할 때는 12시 이후 안 먹기도 해봤다. 아점 먹고 내리 굶는 거다.
그렇게 했었는데도! 나는 통통했다. 내 얼굴은 매일 동그랬고 팔과 배와 허벅지는 푹신했다. 알고보면 나 뼈 없는 거 아니야? 내 몸 지방만으로 이루어져있는 거 아니냐고. 합리적인 의심이다. 내가 그나마 날씬했을 때는 21일 동안 여수에서 인천까지 국토대장정을 했을 때인데... 그때도 난 동그랬다.
한 번도 내 얼굴은 역삼각형이 된 적이 없고, 내 팔다리는 출렁거리는 걸 멈춰본 적이 없다.
그래 나는 몸에 파도를 품고 산다. 어딜 가든 출렁출렁. 움직이면 움직이는 대로 제 궤적을 남기는 몸이다.
나는 기다린다. 모세가 나타나길. 모세님 제발 나타나셔서 내 파도를 갈라 가장 밑에 있는 뼈를 발견해내 주세요. 뼈가 도드라진 몸... 한 번쯤은 가지고 싶다.
그러면서 동시에 가지고 싶지 않기도 하다. 스튜디오 촬영과 결혼식을 위해 살을 빼야 한다니. 예쁜 척하면서 사진 찍는 거, 내 갈 길이 아니야. 우아한 척하면서 걸어야 할 버진로드 또한 내 길이 아니라고. 이미 내가 마르든 뚱뚱하든 날 사랑해줄 남자가 있는데, 왜 괴로움을 겪어 예뻐져야 한다는 말인가? 나는 연예인 될 게 아닌데, 어디 뭐 사교계에 나갈 것도 아닌데! 나는 그냥 하던 대로 평생 글만 쓰면서 글로 돈을 벌고 글로 내면을 성숙시키면서 살아갈 텐데! 왜 내가 말라져야 한단 말이더냐...
물론 못생겨지고 싶다는 건 아니다. 꼬질꼬질 냄새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게 아니야. 그냥 지금 있는 그대로, 이 몸 이 얼굴로 살면 어디가 덧나냐고. 내가 조금 통통한 몸으로 웨딩드레스를 입는다고 해도 도대체 누가 욕을 할 거야. 반대로 그들의 칭찬을 들으면 내 어떤 살림살이가 나아진단 말이야.
그래 이런 마음가짐이 문제다.
내가 살면서 100가지 다이어트를 하고, 100번 실패한 이유는 다이어트를 해야 할 진정한 이유를 못 찾아서다.
나는 그냥 내 있는 그대로가 나쁘지 않거든. 내가 나를 사랑하는 게, 나를 통통하게 만드는 이유였던가.
우울해진다. 말라지기 위해서 내가 나를 미워해야 한다는 사실이...
전에는 가볍게 '그래~ 살 빼야지~ 다이어트할 고야~'라고 말해왔는데, 결혼이 다가온다고 하니 나를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호랑이 눈을 하고 나에게 불호령을 내린다.
진짜 다이어트 하라고. 꼭 하라고.
내 친구들은 내가 살을 빼지 않으면 앞으로 나랑 안 놀아줄 작정인 것 같다. 요새는 어딜 가나 외모 이야기들 뿐이다.
퍼스널 컬러는 뭐고,
스트레이트 체형, 웨이브 체형, 네츄럴 체형이 있는데 각자 무슨 옷을 입어야 하고,
건강하게 살 뺄 건데 불건강하게 살 뺀 건지,
운동은 뭘 할 건지... 에겐녀, 테토녀...
아, 머리 아프다.
난... 참... 내가 보는 나는 참... 귀요운뎅. 뿌.
...
죄송합니다.
날씬한 분들, 마른 분들에게 묻고 싶다. 정말로 인생이 다르던가요?
지난한 고통을 겪고 날씬한 몸을 쟁취해내면 정말 후회 없는 나날들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그것이 인생에 어떤 의미를 가져다 주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