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에 지인의 페북글을 봤는데, 너무 생소한 비유였어서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개수대에 낀 머리카락 치우는 기분으로 삶을 산다]
그때의 나는 천둥벌거숭이였기에 화장실에는 물과 거품만 있는데 왜 청소를 따로 해야 되는지를 몰랐고, 주방과 내 방은 어느 순간 저절로 깨끗해지는 공간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니까 집안일을 전혀 해본 적 없는 모지리였던 거지.
그래서 나는 [개수대에 낀 머리카라 치우는 기분]이 뭔지 몰랐다. 치워본 적이 없으니까! 저 문장이 기발한 문장이라는 건 알겠는데, 도대체 뭘 뜻하는 건지는 전혀.
남자는 머리가 짧아서 개수대에 낄 일이 없으니까 (아님) 여자 머리카락일 것이고 (글쓴이는 남자였다) 그렇다면 헤어진 여자친구의 흔적을 화장실 개수대에서 찾은 것일까? 그리움과 슬픔과 미련의 감정인 것인가?하고 생각했다. 진짜 졸라 편협하고 제한된 생각 흐름과 과한 신파적임의 콜라보였던 거다.
[개수대에 낀 머리카라 치우는 기분]이 뭔지 이제는 안다. 그것은 혐오감이겠지. 내가 자취를 하고 내 삶을 스스로 가누게 되면서 알게 됐다. 내가 경험을 해봐야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거군. 그렇다면 나는 경험을 많이 해봐야겠다. 이것 저것 여기도 저기도 이 사람도 저사람도, 겪을 수 있는 모든 걸 겪어봐야겠다. 그래야 나는 남을 알게 되는구나. 더 알고 싶다. 정말 궁금해. 사람들이 궁금해.
그리고 난 뭔가를 모르는 채로 살고 싶지 않아.
다른 사람이 자신의 어려운 마음을 풀어놨는데 내가 그걸 내 식대로 오독하는 건 그 사람한텐 폭력이다. 나는 많은 폭력을 저지르고 살았다. 폭력 장인.
A면 A지. 왜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는 거야? B를 해야 되면 지금 바로 하면 되잖아. 왜 머뭇거리는 거야? C를 들었으니 C라고 생각해. 왜 너는 D라고 받아들이는 건데? 나는 C를 말한 거야! 나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위아래로 훑는 수정이의 눈빛, 방금 너가 나한테 상처준 거야 너무 강렬한 눈으로 날 보는 하민이, 나를 아예 쳐다도 보지 않는 금희. 그 상처받은 차가움들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때는 내가 폭력을 휘두르고 있는지 몰랐지. 정말 몰랐어. 모른다는 건 정말 나쁜 거다. 이제는 A가 B가 될 수도 C가 될 수도 그러다가 Z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아는 어른이 되었는데 지금 알아봤자 수정이, 하민이, 금희를 다시 되돌릴 순 없으니까.
다시는 뭔가를 모르는 채로 살지 않아야지.
사람의 마음에 대해서 내가 다 알아내서 아무도 잃지 않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