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by 고니크

뜨개질을 하다가 경민이가 나한테 이런 말을 했다.


"너가 인스타에 쓰는 글 속의 너랑 실제 너는 조금 다른 사람같아."


순간 나는 놀라서 잠깐 1초 정도 멈춰졌다. 물론 나만 멈췄고 세상의 시간은 잘 흘러가고 있었으니 경민이는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보통 저런 말은 상대를 보고 모순적이라고 공격할 때나, 위선을 부리고 있다고 조롱할 때 쓰는 뉘앙스 아니냐고. 근데 경민이는 확실히 날 좋아한다. 앞으로도 너가 싫어질 일 따위 절대 없을 거라고 말하는 정직한 눈. 아니, 그 눈으로... 경민이는 나한테 지금 무슨 말을 한 거지?! 손으로는 열심히 뜨개를 했지만 내 마음은 바빠졌다.


나는 내 글에 한 점 거짓을 담은 적이 없는데! 난 거짓말도 한 적이 없단 말이야. 근데 왜 글 속의 나와 실제 내가 다르다고 느꼈을까? 나는 이미 다 읽고 넘겨버린 내 인생 책을 앞 페이지부터 다시 훑어봤다.


내가 인스타에는 [모두에게 가족이 되어주고 싶다]고 썼으면서, 사람을 칼같이 손절하는 버릇이 있어서? 아니면 얼마 전에, 나한테 실수한 사람을 너른 마음으로 품지 못하고 차단하겠다며 극단적인 감정 표현을 해서? 그래놓고 실제로는 차단 못하는 찌질이라? 아니면 [선 넘는 관계를 원한다]고 썼으면서, 내 바운더리에 아무도 쉽게 발을 디딜 수 없도록 철통같은 신라의 미소로 방어벽을 쳐놓고 살아서? [정기를 사랑한다]고 써놓고 3일째 정기랑 한 마디도 안 하고 있어서인가? [살 뺀다]고 [다이어트 하겠다]고 해놓고 살 안 빼서는 아닐 거 아니야... 그래... 쉬익...쉬익.... 나 모순적인 사람이 맞는 것 같아.


그래, 그래요. 나는 인간을 사랑해요. 근데 인간을 싫어해요. 사람을 때리고 싶은데 동시에 꼭 껴안고싶기도 하다고요. 나한테 상처 줬던 사람들을 칼로 찌르고 싶어, 그리고 꿰매고 호해주면서 다시는 내 곁을 떠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고! 그래! 들켰다! 들켜버렸다!!! 경민아 참나 너 정말 똑똑하구나? 나를 너무 많이 알게됐네? 죽어줘야겠어...^_ㅠ


나는 뜨개질을 하는 내내 "왜...? 어떤 점이 다른데...?"를 묻고싶었지만 묻지 못했다. 왜냐면 어떤 점이 다른지 곰곰히 생각하다가 내가 싫어지면 어떡행...뿌...그런 건 정말 싫어욘ㅠ! 나는, 경민이가 나를 알게 됐는데 어떻게 나를 여전히 좋아하는지 계속 의문인 상태로 허겁지겁 완성한 깔깔마녀 모자를 쓰고 집에 왔다.


뭔가 부끄러워서 이불을 팡팡 차고 궁금증 반죽을 퍽퍽 치대고, 좀 휴지기를 가지고 났더니 어느 정도 부풀어올라서 방금 물어봄.


내 글과 실제 내가 어떤 점이 달랐니?

근데 경민이가 약 한 시간 십 분 뒤에 PDF파일로 종이 3장짜리 글을 답장으로 줬다. 내 예상과 넘 다른 내용이었다.


내 글 속 나는 '나 한번 건드려봐라 감안안도! 난 벌꿀오소리이면서 동시에 작은 하마이면서 동시에 무소의 뿔이다!!' 이런 느낌인데, 실제의 나는 낯을 가리고 조심스럽고 불안해하고 사람의 기분에 맞춰서 자주 웃는 사람이란다. 휘유 다행이다. 경민이가 내 안의 모순을 눈치채진 못한 것 같네.


경민아, 맞아.

나는 낯을 가리고, 조심스럽고, 불안하고, 수줍어하고, 사람의 기분에 맞춰서 자주 웃는 사람이야. 근데 동시에 벌꿀오소리이면서 작은 하마이면서 무소의 뿔이기도 해. 글 속의 나와 실제의 내가 달라보이지만 결국 한 사람이라는 모순은, 나도 34년째 열심히 풀고 있는 숙제란다. 고재연은 하나인데, 내 백 명의 친구들이 나를 백 가지 모습으로 보는 것처럼 뭐 그런 맥락인 거야.


나의 오랜 친구가 되어서 그림자 분신술이 풀리면서 그림자들이 하나씩 사라지는 그 과정을 함께해줘. 고재연 한 명만 남은 그 순간에 '오 이게 너였구나~'하는 사람이 될 수 있게 말이야.


이 긴 글은 경민이만 끝까지 읽을 것 같긴 하다. 하지만 또 읽으신 분이 있다면 당신도요. 내 그림자분신술의 실패 과정을 함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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