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의 관점에서 보는 나

by 고니크

미술 관점에서 보면 나는 수채화 같다.

자꾸 번지고 잘 스며들고 가끔 너무 깊게 물들면 쉽게 찢어진다. 남의 색에 혼탁해지기도 하고.


그랬지. 그랬었지. 23년 마지막 첫 주의 시작, 지난 일 년 동안 뭘 배웠는가 생각해봤다. 나는 포스터 물감이 되는 중이다.


그럴리 없을 거라고 단언했던 일들이 벌어졌고, 무조건 그럴 거라고 확신했던 일들은 확신에서 그쳤다. 좋았던 것들이 싫어지고, 낯설었던 것들이 가까워지고, 지속하던 것을 중단했고, 새로운 것에 중독됐다. 그러는 동안 내 윤곽이 분명해졌다.


울타리를 잘 쳤어. 나는 나를 잃으면서 나를 지키는 법을 배웠다. 진짜는 맨 아래에 단단히 있고, 그 위를 덧칠해 가며 새로운 색을 바를 수 있게 된 고스터 물감. 선명해. 시간만 주어진다면 튼튼하게 굳어서 영원히 반짝거릴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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