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적지근하게 산다는 것

by 고니크

아무 생각이 없이 사니까 아무 글도 써지지 않는다.

뛸 듯이 행복하진 않지만

길 듯이 불행하지도 않으니까.


요새 나는 미지근하다.

극에 달한 감정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아무 글도, 아무 할 말도 생각나지 않는 사람. 역시 나는 미지근해.


빈 임산부석을 사수하려고 깁스두른 팔을 그곳 허공 위에 올려뒀지만 꾸역꾸역 비집고 들어가는 아저씨를 말리지는 못했다. 철봉에 올려놨던 깁스를 조용히 치우고 하차하면서 나한테 참나!했다.


보고싶다는 친구의 마음에 눈물이 찔끔나지만 보지는 않는다. 우는 사람을 울컥 안아주고 싶었지만 난 그냥 제자리에 있기로 결심한다.


행복하다고 무표정으로 쓴다.

사랑한다고 방백으로 말한다.


좋아하면 끝까지 좋아하고 미워하면 처음처럼 미워하고 싶은데 그 역시 실패다. 모두를 좋아하면서 싫어하는 미지근한 영역에 두고 나만 저 멀찍이다.


마시가 보고 싶고 보기 싫다.


나도 나를 모르겠어서 나를 단정짓듯이 말하는 사람의 말을 신뢰하지만 속으론 분노한다. 뭘 알아. 그래도 그 말은 하지 않는다.


뜨거웠는데 얼음을 탄 건지

차가웠는데 조금 덥혀진 건지 모르겠다.

나는 명확하게 아는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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