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 시트 아래에서 발견된 식칼은 우리 삶을 지탱하던 마지막 밧줄을 끊어놓았다. 더 이상 '피곤해서', '일시적인 증상이라서' 같은 비겁한 변명으로 도망칠 곳은 없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유모차를 정리하고, 무거운 몸을 이끌어 당신을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로 데려갔다.
하얀 복도, 특유의 소독약 냄새, 그리고 초점 없는 눈으로 허공을 응시하는 사람들. 그 낯선 풍경 속에 당신이 섞여 있었다. 당신은 여전히 누군가 우리를 감시하고 있다며 내 손을 으스러지게 잡았고, 의사의 질문에도 날카로운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당신에게 이 병원은 병을 고치는 곳이 아니라, 당신을 해치려는 자들이 파놓은 거대한 함정처럼 보였을 것이다.
진료실 문을 닫고 나와 홀로 의사와 마주 앉았을 때, 의사가 내뱉은 단어들은 하나같이 차갑고 딱딱했다.
"심각한 정신질환 상태입니다. 망상과 환청의 수위가 높고, 이미 꽤 진행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보호자분께서 많이 힘드셨겠네요."
의사의 위로 아닌 위로를 들으며 나는 멍하니 창밖을 보았다. 세상은 여전히 평화롭게 흘러가고 있었지만, 나의 세계는 그 선고 하나에 산산조각이 났다. 드라마나 뉴스에서나 보던 비극이 내 아내의 이름 뒤에 낙인처럼 찍히는 순간, 나는 숨이 막혔다. '이미 꽤 진행되었다'는 그 말이 "당신이 눈을 감고 부정하는 동안 아내의 영혼은 회복할 수 없을 만큼 타버렸다"는 질책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약을 처방받고 나오는 길, 당신은 약봉지를 보며 "이게 나를 독살하려는 암호지?"라고 물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내가 그토록 사랑했던, 검은 뿔테 안경 너머로 맑게 웃어주던 그 여자는 이제 더 이상 이곳에 없다는 것을.
당신이라는 고유한 인격이 지워진 자리에는, '병마'라는 거대한 괴물이 당신의 탈을 쓴 채 들어앉아 있었다. 당신의 목소리로 말하고 당신의 얼굴로 나를 보지만, 그 속에는 우리가 공유하던 추억도, 사랑도, 미래도 들어있지 않았다. 당신은 이제 나를 남편이 아닌 '적들의 동조자'로 보았고, 나는 당신을 사랑하는 아내가 아닌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재앙'으로 느끼기 시작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핸들을 잡은 내 손이 덜덜 떨렸다. 옆자리에 앉아 끊임없이 허공과 대화하는 당신을 보며 나는 처음으로 당신이 '남'처럼 느껴졌다. 사랑하기에 지켜야 할 아내와, 두려움에 밀어내고 싶은 환자 사이에서 나의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졌다.
나의 부정이 키운 이 비극 앞에서 나는 누구를 탓할 수도 없었다. 믿고 싶지 않았던 순간은 결국 찾아왔고, 나는 당신이 지워진 자리에 남겨진 그 낯선 이방인을 데리고 우리가 쌓아 올린 둥지로 돌아가야만 했다. 그것은 우리 가족에게 닥친 가장 시린 겨울의 진짜 서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