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우리가 쌓아온 상식이 무너진 첫 번째 균열

by 자신을사랑하기

10화: 우리가 쌓아온 상식이 무너진 첫 번째 균열


병원을 나설 때 내 손엔 '조현병'이라는 차가운 이름표가 들려 있었지만, 우리가 돌아가야 할 곳은 여전히 우리가 쌓아 올린 익숙한 집이었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내가 알던 안온한 둥지는 이미 그곳에 없었다. 아내의 눈에 비친 집은 더 이상 휴식의 공간이 아니라, 수천 개의 눈이 우리를 지켜보는 거대한 감옥이었다.


가장 먼저 타깃이 된 것은 천장에 달린 화재 경보기였다.


"여보, 저기 봐. 저거 경보기 아니야. 카메라야. 누가 지금 우리를 다 찍고 있어."


한밤중에 나를 깨워 천장을 가리키던 당신의 손가락은 사시나무 떨듯 떨리고 있었다. 내가 아무리 의자를 딛고 올라가 평범한 경보기임을 확인시켜 주어도 당신에겐 들리지 않았다. 당신의 세계에서 그것은 붉은 눈을 깜빡이며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하는 감시 장치였다. 당신은 거실 구석구석에서 보이지 않는 CCTV를 찾아내기 시작했다. 텔레비전의 작은 수신부, 아이의 인형 눈동자, 심지어는 벽지의 미세한 틈조차 당신에겐 우리를 훔쳐보는 '눈'이 되었다.


급기야 당신은 도청기가 숨겨져 있다며 안방 벽지를 손톱이 깨지도록 뜯어내기 시작했다.


"여기야, 여기서 소리가 나. 저 사람들이 내 말을 다 듣고 비웃고 있단 말이야!"


지익, 지익. 벽지가 뜯겨 나가는 그 소름 끼치는 소리는 마치 우리 가족의 평범한 일상이 찢겨 나가는 비명처럼 들렸다. 당신은 밖에서 누군가 들여다본다며 대낮에도 모든 커튼을 쳤고, 우리는 어둠 속에서 숨죽여 살아야 했다. 현관문의 잠금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며 밤새도록 도어락의 '띠리릭' 소리를 확인하고 또 확인하던 당신. 그 기괴하고 차가운 금속음이 온 집안에 울려 퍼질 때마다 내 심장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지금 당장 경찰 불러야 돼! 저 사람들이 우리 애를 해치려고 감시하고 있단 말이야. 당신은 왜 가만히 있어? 당신도 저 사람들이랑 한패지?"


존재하지 않는 범죄를 신고하라는 당신의 절규 앞에서 나는 무력했다. 실제로 경찰이 출동했던 날, "아무것도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순경들을 향해 "얼마나 받았길래 저놈들 편을 드느냐"며 소리를 지르는 당신을 보며 나는 무너져 내렸다. 경찰관들의 당혹스러운 시선과 복도 너머 이웃들의 수군거림 속에서, 내가 평생을 바쳐 지켜온 '상식'의 세계는 처참하게 부서졌다.


1 + 1은 당연히 2여야 하는 세상에서, 당신은 이제 1 + 1이 무한한 공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나의 논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인과관계들이 당신의 머릿속에서는 너무나 견고한 진실로 자리 잡고 있었다.


상식이 무너진 자리에는 날 선 의심과 침묵, 그리고 이유를 알 수 없는 비명만이 고였다. 딸아이는 이제 거실로 나오는 대신 방 안에서 문을 잠그고 나오지 않기 시작했다. 안온했던 우리의 둥지엔 첫 번째 균열이 아니라, 회복할 수 없는 거대한 낭떠러지가 생기고 있었다. 나는 아내가 뜯어놓은 거실 벽지 앞에 앉아, 휑하게 드러난 시멘트 벽처럼 차갑게 식어버린 우리의 일상을 멍하니 바라보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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