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약의 미로 속에서 찾은 희미한 빛

12화: 약의 미로 속에서 찾은 희미한 빛 - "보고 싶었어"

by 자신을사랑하기

12화: 약의 미로 속에서 찾은 희미한 빛 - "보고 싶었어"


병원이라는 낯선 공간에 당신을 두고 오는 길, 내 발걸음은 늘 죄책감으로 무거웠다. 하지만 면회실의 육중한 철문이 열릴 때마다 마주한 당신은, 지독한 폭풍우가 지나간 뒤의 폐허처럼 고요하고도 위태로운 모습이었다.


정신건강의학과의 치료는 생각보다 더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다. 마음의 병을 다스리는 약은 마치 몸에 꼭 맞는 옷을 수선하는 일과 같아서, 당신에게 딱 맞는 종류와 용량을 찾는 데에만 수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했다. 매주 면회를 갈 때마다 당신의 상태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어떤 날은 약 기운에 취해 고개조차 가누지 못했고, 어떤 날은 손을 덜덜 떨며 이름 모를 불안과 사투를 벌였다.


"여보, 의사들이 나 가지고 실험하는 거 같아. 이 약 먹으면 머리가 멍해지고, 저 약 먹으면 잠이 안 와. 나를 도대체 어떻게 하려는 걸까?"


약을 바꿔가며 부작용을 견뎌내는 당신의 고백에 가슴이 미어졌다. 당신은 아직 당신만의 세계로 완전히 숨어버리기 전이었고, 자신의 정신이 약에 의해 흐릿해지는 과정을 온몸으로 버텨내고 있었다. 그 처절한 사투 속에서 당신은 나를 원망하기보다, 무너져가는 자신을 붙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듯했다.


다행히 한 달쯤 지났을 때, 드디어 당신에게 맞는 '약의 궤도'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날의 면회는 우리 가족에게 기적 같은 선물이었다. 내가 딸아이의 손을 잡고 면회실 문을 열었을 때, 당신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멍하던 눈동자에 초점이 돌아오고, 거칠던 숨소리가 평온을 되찾은 순간이었다.


"여보! 우리 공주님 왔어? 이리 와봐, 엄마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안경 너머로 비친 당신의 눈동자에는 예전의 그 맑은 빛이 서려 있었다. 당신은 아이를 품에 꼭 안고 한참을 놓아주지 않았다. 아이도 엄마의 품이 그리웠는지 "엄마, 이제 안 아파?"라고 물으며 당신의 가슴팍으로 파고들었다.


그 찰나의 순간만큼은 우리 가족을 둘러싼 모든 병마와 공포가 사라진 듯했다. 흰 가운을 입은 의사도, 차가운 철문도 없는 평범한 거실의 오후 같은 평화. 비록 내일 또다시 약 기운에 취해 비틀거리거나 낯선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될지라도, 오늘 우리를 보며 기뻐하는 당신의 그 웃음소리는 나에게 다시 일어설 용기를 주었다.


당신은 여전히 길 잃은 별이었지만, 우리는 그 별을 다시 우리만의 은하수로 데려오기 위해 이 지루한 약의 미로를 함께 걷기로 다짐했다. 병실로 돌아가는 당신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처음으로 '이별'이 아닌 '회복'이라는 단어를 가슴 속에 품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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