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다시, 우리 집으로

by 자신을사랑하기

20화: 다시, 우리 집으로 - 아빠라는 무게와 마지막 믿음


아내를 다시 폐쇄 병동의 철문 너머로 들여보내고 난 뒤, 나의 일상은 기계처럼 정교하고 메마르게 돌아갔다. 직장에서는 '다정한 남편'이자 '능력 있는 대리'라는 가면을 고쳐 쓰고, 퇴근 후에는 곧장 어린이집으로 달려가 아이를 데려왔다. 아이를 씻기고, 밥을 먹이고, 잠들 때까지 동화책을 읽어주는 그 모든 과정은 이제 평화로운 일상이라기보다 난파선에서 물을 퍼내는 처절한 생존 투쟁에 가까웠다.


어느 밤, 잠든 아이의 고른 숨소리를 들으며 텅 빈 거실에 앉아 있으면, 아내가 뜯어놓았던 벽지 자국이 내 살점의 흉터처럼 시리게 다가왔다. 나 홀로 이 거대한 은하수를 지키는 파수꾼이 된 기분, 그 고립감은 아빠라는 이름의 무게를 납덩이처럼 무겁게 만들었다. 텅 빈 안방의 침대를 볼 때마다 "오빠, 나 언제 나가?"라며 내 소매를 붙잡던 당신의 떨리는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와 몇 번이나 가슴을 쳤다.


결국 나는 그 무거운 적막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한번 당신의 손을 잡기로 했다.


면회실에서 당신은 내 손을 꼭 쥐며 "집에 가면 약도 정말 잘 먹고 오빠 말도 잘 듣겠다"고 눈물로 약속했다. 아이도 밤마다 잠꼬대로 엄마를 찾았고, 나는 이 지독한 고독과 아이의 슬픔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당신을 집으로 데려오는 것이라 믿고 싶었다. 의사는 시기상조라며 우려를 표했다. 증상이 완전히 고착되지 않았고, 재발의 위험이 크다는 경고였다. 하지만 아내를 향한 안쓰러움과 가족을 다시 완성하고 싶은 나의 절박함이 그 이성적인 우려를 앞질렀다.


퇴원 수속을 밟고 병원 문을 나설 때, 당신의 얼굴엔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미소가 번졌다. 차 안에서 창밖의 풍경을 신기한 듯 바라보는 당신은 영락없이 예전의 그 다정했던 아내였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아이는 "엄마!"를 외치며 당신의 품으로 뛰어들었고, 당신은 아이를 꼭 껴안으며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날 저녁, 우리 식탁에는 오랜만에 온기가 돌았다. 당신은 약속대로 식후에 내가 챙겨준 약을 거부하지 않고 삼켰고, 아이는 엄마 곁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한 긴장감은 여전히 내 등 뒤에 서늘하게 남아 있었지만, 가족이 모두 한 지붕 아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다는 희망을 다시금 품었다.


이번만큼은 정말 다를 것이라는, 이 믿음이 우리의 마지막 구원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나는 당신의 곁에 누웠다. 우리의 은하수에 다시 빛이 들기 시작했다고 믿고 싶었던, 그해 가장 따뜻하고도 위태로웠던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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