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면회 가는 길, 발걸음이 무거워지는 이유

by 자신을사랑하기

19화: 면회 가는 길, 발걸음이 무거워지는 이유


매주 돌아오는 면회일은 나에게 가장 가혹한 시험대였다. 주말 내내 아이와 자전거를 타고, 숲길을 걷고, 맛있는 것을 먹으며 쌓아 올린 그 평화로운 '거짓 일상'이 병원 입구에 도착하는 순간 신기루처럼 사라지기 때문이었다.


병원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나는 비겁한 해방감을 느꼈던 자신을 자책했다. 당신이 폐쇄 병동의 차가운 침대에 누워 약 기운에 취해 있을 동안, 나는 밖에서 아이와 웃고 떠들었다는 사실이 내 발목을 무거운 닻처럼 잡아끌었다. 아이를 어머니께 잠시 맡기고 홀로 병원으로 향하는 길, 핸들을 잡은 내 손에는 늘 기분 나쁜 식은땀이 배어 있었다.


병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병동 건물로 걸어가는 그 몇 걸음이 수만 킬로미터처럼 느껴졌다. 그것은 단순히 거리의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지키고 싶은 '나의 평온'과, 내가 저버릴 수 없는 '아픈 아내' 사이의 아득한 거리였다.


면회실 철문 앞에서 심호흡을 할 때마다 나는 기도했다. 제발 오늘은 당신이 나를 보며 웃어주기를. 아니, 웃지 않아도 좋으니 나를 '적'으로 보지만 말아주기를. 하지만 문이 열리고 마주한 당신의 눈동자엔 낯선 경계심보다 더 깊은,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한 간절함이 서려 있었다.


"오빠, 나 언제 나가? 나 이제 진짜 괜찮아... 그러니까 나 이제 나갈래. 집에 가면 약도 꼬박꼬박 잘 먹고 그럴게. 응? 그러니까 자주 좀 와줘..."


나를 붙잡고 애원하는 당신의 목소리는 날카로운 칼날보다 더 깊게 내 가슴을 후벼팠다. 당신이 겪는 지옥 같은 고독을 나는 결코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을 거라는 미안함. 당신의 그 간곡한 호소 앞에서 나는 주말에 아이와 찍었던 사진들을 휴대폰 너머로 차마 보여주지 못했다. 아이가 자전거를 타며 환하게 웃던 모습, 바다를 보며 좋아하던 그 순간들을 공유하는 것이 당신에게는 '나만 혼자 남겨졌다'는 또 다른 상처가 될까 봐 두려웠다.


면회를 마치고 다시 병원 문을 나설 때, 내 어깨 위에는 보이지 않는 납덩이가 몇 개 더 얹어져 있었다. 당신을 그곳에 두고 혼자서 빛이 환한 세상으로 걸어 나오는 것이 마치 치졸한 배신처럼 느껴졌다. 사랑하기 때문에 병원에 보냈지만, 그 선택이 당신과 나 사이에 돌이킬 수 없는 거대한 벽을 세웠음을 나는 매주 면회실을 나올 때마다 뼈저리게 실감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나는 다시 다정한 남편의 가면을 고쳐 쓴다. 하지만 내 발걸음은 이미 너무나 지쳐 있었고, 당신의 "언제 나가느냐"는 그 물음이 환청처럼 귓가에 맴돌아 다음 면회일이 다가오는 것이 조금씩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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