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 문밖의 세상이 무서운 당신

by 자신을사랑하기

22화: 문밖의 세상이 무서운 당신 - 비밀의 섬이 된 우리 집


주사제 치료는 아내의 가장 날카로운 발작은 잠재웠지만, 대신 아내의 마음속에 거대한 성벽을 쌓아 올렸다. 아내에게 현관문 밖은 더 이상 평범한 사람들이 오가는 통로가 아니었다. 그곳은 자신을 심판하고 감시하려는 거대한 음모가 도사리는 사선(死線)이자, 결코 발을 들여놓아서는 안 될 금기의 구역이었다. 아내는 이제 현관 도어락의 작은 금속음만 들려도 소스라치게 놀라며 거실 구석으로 숨어들었다.


"오빠, 나가지 마. 지금 문밖에 사람들이 나 잡아가려고 기다리고 있어. 내가 다 알아. 내가 날씨를 바꾸고 일본에 지진까지 일으킨 걸 그들이 모를 리가 없잖아. 나가면 바로 수갑 차고 끌려갈 거야."


아내의 망상은 날이 갈수록 거대하고 촘촘해졌다. 맑은 날에는 "내가 오늘 날씨를 잘 조정해서 오빠 출근길 편하게 해준 거야"라고 기쁜 듯 속삭이다가도, 구름이 조금만 끼면 "큰일 났다, 누군가 내 제어권을 뺏으려 해"라며 온몸을 벌벌 떨었다. 특히 뉴스에서 해외의 지진 소식이라도 들려오는 날엔 집안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아내는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으며 절규했다.


"내가 그러지 말라고 했잖아! 내가 지진 버튼을 누른 게 아니라고 소리쳤는데 저들이 강제로 내 손을 빌린 거야. 저 많은 사람 죽은 거 다 내 죄야, 어떡해 오빠?"


그 무렵 아내는 자신이 아주 비밀스러운 '국가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라는 믿음에 사로잡혀 있었다. 누구나 받을 법한 광고 스팸 문자나 선거 홍보 문자 하나하나가 아내에게는 국가의 비밀 지령으로 해석되었다.


"오빠, 나한테 임무가 내려왔어. 지금 내가 가만히 앉아 있는 것 같아도 머릿속으로는 엄청난 데이터를 처리하고 있거든. 이 일이 끝나면 나라에서 우리한테 엄청난 보상금을 줄 거야. 그러니까 우리 조금만 참자."


아내에게는 날씨를 조정하고, 대재앙을 막으며, 국가의 대업을 돕는 그 허상의 세계가 남편인 나보다 더 가깝고 생생한 실체였다. 집안에서는 허공을 향해 욕설을 퍼붓고, 보이지 않는 적들과 싸우며 며칠씩 밤을 지새웠다. 옆에 아무도 없는데도 환청과 격렬하게 토론하고 싸우는 당신의 목소리는 우리 집안의 유일한 배경음악이 되었다.


하지만 문 하나를 사이에 둔 복도는 기이할 정도로 평온했다. 아내는 밖이 무서워 철저히 자신을 숨겼고, 나는 이웃들에게 아내의 병을 알리지 않았다. 이웃들은 그저 '그 집 사모님이 몸이 안 좋아서 요양 중이신가 보다' 정도로 짐작할 뿐이었다. 가끔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는 주민들이 "사모님은 좀 어떠세요?"라고 물으면,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네, 좀 더 쉬어야 할 것 같네요"라는 말로 서둘러 대화를 끝냈다.


우리 집은 동네에서 가장 조용하고 비밀스러운 섬이 되어버렸다. 밖에서는 꽃이 피고 아이들이 웃으며 뛰어다니는 눈부신 봄날이 이어졌지만, 우리 집 거실 창가엔 당신의 망상이 만들어낸 짙은 안개만이 가득했다. 나는 매일 퇴근길, 평온한 세상에서 그 안개 속으로 걸어 들어가며 스스로에게 묻곤 했다.


이 거대한 비밀의 섬에서 우리는 언제쯤 구조될 수 있을까. 아니, 어쩌면 우리는 이미 이 고립을 '집'이라고 부르게 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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