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 이녁, 그녁 (하)

ep.1 엄마의 가불 인생, 그 시작은 교재값이었다.-하편

by 곰C

이녁, 그녁

작은 가방 하나, 큰 기대 하나-서울살이의 시작


몰래 학교를 빠져나와 서울행을 택한 그녀는 서울에 도착했다.


서울은 달랐다. 상상 그 이상으로,

화려한 간판과 멈추지 않는 사람들의 발걸음

무수히 많은 일자리 전단지들이 전봇대며 벽이며 붙어있었다.

기대했던 미래는 여기에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항상 그녀를 벼랑 끝으로 내쫓는 형국이었다.


큰 공장은 찜통 같은 더위는 없었지만, 다른 형태의 지옥 같았다.

시급은 조금 더 높았지만, 그만큼 잠은 줄어들었고,

시원한 선풍기보다는 노동자들의 땀만이 돌아가고 있었다.

서울의 공기는 차갑고, 사람들은 바빴다.

그 틈에서 나는 점점 외로워졌다.

희망을 잃지 않기 위해 매일밤,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여기선 뭔가 바뀔지 몰라'

'이 지옥 같은 일상도, 언젠가는 끝나겠지'

외롭고 깜깜한 밤은 피로에 먹혀 흐릿하게 지나가고,

작은 단칸방에서 아침을 준비하는데 첫째 오빠가 집으로 찾아왔다.


"어, 잘 지냈어?"

고개를 숙여 작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제 집인 양 말없이 바로 누웠다.

스무 살 오빠는 전문대에 입학하며 따로 살았지만,

집이 없어졌단 이유로 나와 함께 살기로 했다.

월세도 밥상도, 빨래도 전부 내 몫이었다.


오빠와 함께 살아간 지 몇 개월쯤 되었을까?

어느 날, 일을 하던 중 주임님이 그녀를 불렀다.

"오빠라는데? 가 봐"

사무실로 가보라는 말에 들어갔더니 오빠가 와 있었다.

"무슨 일이야?"

"아~나 교재 좀 사게 돈 좀 줘봐"

"지금? 나 돈 없는데?"

"가불 해서 좀 줘~"

뻔뻔하게 가불을 해서 달라는 오빠.

그녀는 줄 수밖에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오빠는 알바도 하고, 여자친구도 있었다.

어쩌면 그 돈이 그쪽으로 갔을지도 모른다.

열심히 손에 구멍 나도록 일하는 동생 공장에 찾아와 가불 해가는 오빠.

그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바보같이.

그냥 다 해줘야 하는 줄 알았다.

가족이니까.


'희망은 그림자 속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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