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에 맞춰 꺼내는 얼굴들
나는 사람을 대할 때랑
집에 있을 때가 좀 다르다.
밖에서는 말투를 고르고,
표정을 맞추고,
상황에 맞는 나를 꺼낸다.
집에 오면 그걸 전부 벗어둔다.
그래서인지
사람을 많이 만나고 온 날보다
아무도 안 만난 날이 더 조용하다.
사람마다
내가 조금씩 달라지는 것도 안다.
누군가에겐 말을 줄이고,
누군가에겐 농담을 늘리고,
어떤 감정 앞에서는
아예 거리를 둔다.
특히 감정이 큰 사람 앞에서는
같이 흔들리지 않으려고
한 발짝 뒤로 물러난다.
차갑다기보단
그게 내가 덜 망가지는 방식이라서.
이게 좋은 태도인지
나쁜 성격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요즘은
이렇게 사람을 대하는 내가
생각보다 오래 유지되고 있다.
아마 나는
누군가에게 완전히 맞추기보다는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나를 보존하는 쪽에 더 익숙한 사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