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도면 충분해
새해가 오면
사람들은 다짐을 묻는다.
올해는 뭘 할 건지,
작년과는 뭐가 달라질 건지.
근데 요즘 나는,
꼭 뭔가를 바꾸지 않아도
기분 좋은 하루들이 분명히 있다고 느낀다.
거창한 계획이 없어도
충분히 괜찮은 하루가 있다.
어느 날은
바닥에 깔린 햇살 위에
슬리퍼를 질질 끌며 커피를 가지러 나가는 그 몇 걸음이
그날의 전부일 때도 있다.
예전엔 삶이 자꾸 '어디로' 가야만 한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어떻게' 머물지에 더 마음이 간다.
무언가를 이루기보다
하루가 내 편이 되면 좋겠다고 바라는 쪽으로.
살다 보면 잘 살아야겠다는 마음보다
그냥 무사히 지나가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더 자주 든다.
그게 비관도 낙관도 아닌,
살아가는 사람의 리듬 같달까.
나는 올해도 잘 못 지킬 다짐 대신
하루하루 적당히 기분 좋게 사는 걸로 결정했다.
그게 지금의 나에겐
가장 실현 가능하고,
가장 오래가고,
가장 나다운 목표처럼 느껴진다.
기분 좋은 하루들이
작은 파도처럼 밀려올 때,
나는 그 안에서
가장 나답게 떠 있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