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월담

담장을 높이는 시간

by 곰C

제 등 뒤에 쌓인 잿더미는 보지 못한 채

타인의 얼굴 위로 내려앉은 미세한 먼지를

날카로운 손톱으로 후벼 파는 너의 손길.


그 무심한 파괴가 너의 세월임을

너만 모르고 흐르는구나.


너의 입술을 타고 번지는 탁한 연기가

나의 투명한 아침을 흐리려 할 때

나는 비로소 다정의 소모를 멈추기로 했다.


이름 앞에 붙은 숫자가 무색하도록

너의 언어는 여전히 뼛속까지 시린 가시뿐이라


나는 이제 너라는 소음을 내 세상에서 음소거하려 한다.


내 마음의 창틀에 낀 너의 흔적들을

담담하게 닦아내고,

나는 가장 고요한 나의 숲으로 은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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