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제주도다!!!
제주도로 향하는 배편만 잡고 제주도에서 돌아오는 배편을 잡지 않은 건
원 없이 제주도를 여행하고 돌아오겠다는 계획과 함께
한없이 흔들렸던 마음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려는 의도가 있었다.
추자도를 경유해 제주도를 향하는 4시간 동안 잠을 자겠다던 알량한 계획은
말똥말똥한 눈에 낯선 곳이 주는 이질감으로 인해 어긋나버렸다.
역시 내 맘대로 될 리가 없지.....
추자도에 도착한다는 방송을 듣고는 추자도 경치라도 보자는 마음에
방에서 뛰쳐나와 밖으로 나왔다.
솔직히 항구에 배를 어떻게 정박하는가에 대해 궁금했던 것도 컸다.
직접 보니 고압 에어건으로 정박하는데 필요한 밧줄을 육지로 쏴 보내고
배가 완전히 항구에 포박하게 되면 그때 자동차 출입 게이트를 열게 되는데
기계쟁이로서 마음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대학생 시절 역학 문제를 푸는 과제를 작성하며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보았던 공학적인 현장들을 직접 두 눈으로 본다는 것에 의미가 있었고
여기에 얹어지는 비비드 한 추자도의 풍경에 나도 모르게 취해버렸던 듯했다.
완도에서 제주도까지 오는 4시간 동안 파도 혹은 강풍에 대한 이슈가 다행히 없었다.
이쯤 되면 지치고 늘어질 기색을 보여도 이상할 것이 없을 텐데
묘하게 힘이 넘치는 모습에 제주도에 발을 디디는 첫 순간을 기대하며 기다리게 되었다.
완도에서 제일 먼저 실은 내 차는 제주도에선 마지막 순번을 받았다.
화물로 이동하는 컨테이너부터 대형 트럭까지 전부 배를 빠져나온 뒤에
드디어 내 순서가 되었고 역사적인 순간을 남기기 위해
조수석에 앉은 동생에게 영상을 남겨달라고 부탁을 했다.
드디어 제주도에 도착을 했다!!!
첫 목적지를 향해 출발~! 해야 하는데
내비게이션이 제주도에 왔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현 위치를 바다 한가운데로 보여주는 바람에
결국 휴대폰 네비를 급하게 켜서 경로를 확인했어야 했고
그 사이에 이 사진도 건질 수 있었다.
제주도에서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본태박물관이었다.
지난여름 뮤지엄 산을 통해 안도 타다오와 제임스 터렐을 알게 되고서
그 둘의 매력을 만나볼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과
점심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메리트에 1번으로 이곳을 고르게 되었다.
수도권에서 엔간한 전시를 전부 섭렵하고 보면서
콧방귀를 뀔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본태박물관에서 제임스 터렐의 작품과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을 보자마자
갑자기 겸손을 찾기 시작했다.
제주도만 와도 우물 안 개구리로 좌천되는데 무슨 콧방귀......
오감을 자극하는 작품들과 기묘한 구조의 건물 그리고 언밸런스들의 조합에서 오는
조화로움과 황홀함에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망설이고 헤매게 되는데
이곳을 첫 번째 경유지로 정하길 잘했다는 생각과 함께
CGV 일산에서부터 제대로 눈 못 붙이고 잔뜩 들뜬 채로 24시간 넘게 지속된 마음이
그제야 잠잠해지기 시작했다.
해가 방끗! 하고 뜬 건 아니었고 그렇다고 희끄무레 죽죽 한 날씨도 아닌
애매모호한 날씨에서 만난 안도 타다오의 모더니즘도 충분히 매력적이었는데
아! 맞다!!!
식사를 예약해 놓은 것까지 굳이 까먹어버리면......
마침 예약 시간에 맞게 전시 관람을 마치고 레스토랑으로 자리를 옮겼다.
집 떠나서 여기에 올 때까지 제대로 된 끼니를 때우지 못해서
점심으로 나온 메뉴가 유독 맛있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창가에 보이는 풍경도 근사하기 그지없었는데
내가 시킨 오징어 카레라이스에 묘한 불편함이 있었다.
숟가락이 좁고 긴 모양이라 먹는 족족 간질 나더라...... ㅇㅅ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