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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두나 May 03. 2019

#11. 모두가 행복한 결혼이란 있긴 할까?

내가 쓴 글들을 차근차근 읽다 보면 '결혼을 꼭 해야 하는 것인가?' 의문점을 가질 수 있다. #11까지 이어진 이 글들에는 결혼을 해서 좋은 점보다는 결혼식을 준비하는 내내 고생하고 마음 상하고 괴로웠던 이야기만 늘어놓았기 때문에 당연한 흐름의 생각일 수도 있다. 


달리 보자면 나의 글은 이렇게 결혼 준비하면 실패합니다,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즉, 모두가 행복한 결혼이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드라마만 봐도 그렇지 않던가, '수준'과 '급'을 따지며 사위나 며느리를 욕하고 밀어내고. '급'이 같으면 인간이 별로라고 헤어지라 하고. 그래 우리는 하다못해 치정 싸움 따위는 일어나지 않았으니, 오히려 조용하고 행복한 결혼식이었다.


이제야 하는 말이지만 우리의 결혼식은 나의 욕심에서 시작되었다.


 '불신'의 아이콘이자 '부정'의 최고봉인 내가 굳이 비버씨와 결혼을 결심한 이유는 비버씨가 '사랑'이었기 때문이다. 과거형 아니다. 현재형이다. 이 부부는 왜 1년도 안 지나서 사랑이 식었냐 이렇게 말하지 말라.


그리고 '사랑'이라는 말에 굳-이 이유를 덧붙이자면 결혼한 부부가 하는 흔한 대답도 더하겠다. 나는 비버씨를 만나며  '이 사람이라면 내 모든 것을 받아 줄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3년의 연애 기간 동안 매일 같이 감정 기복의 롤러코스터를 탔던 나를 비버씨는 묵묵히 받아주었고 달래주었다. 자존감이 지구 내핵에 닿아있던 나에게 '예쁘다, 사랑스럽다, 아무것을 하지 않아도 나는 충분히 너를 사랑한다.'라고 알려준 것이 비버씨였다. 그래서 나는 비버씨를 내 남편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 편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한 것.


그 방법이 결혼이었던 이유는 누군가의 배우자라는 형태가 주는 안정감과 ‘곰두나’라는 인간이 곰씨 집안에서 독립하기 위한 결정이기도 했다. 아마  '사랑'만 했더라면, 결혼이라는 선택지보다도 다른 형태로 관계를 이어갔을 것이다. 이렇듯 나는 굉장히 계산적이고 이해타산적인 사람인데 비버씨는 이걸 알고도 결혼을 했으니 어쩌면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일지도 모른다.(?) 사랑합니다 내 남편♡


어쨌든 이 험난한 과정을 걸쳐 먼저 결혼한 선배이자 결혼을 준비하고 ‘부부’라는 길에 들어선 사람으로서 결혼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특히 앞으로의 준비 과정에 풍파가 많을 것이라 생각되는 이들에게는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결혼, 꼭 해야 할까?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본인의 결혼을 준비하고, 고민하고 있는 당신. 결혼을 꼭 해야 할까?라는 질문에 나는 글쎄요, 라는 대답밖에 줄 수 없는 나약한 사람이다. 인간이 끝까지 두리뭉실 대충 넘어가서 미안하지만 삶에 정답이 어디 있는가. 


나는 그저 당신에게 당부를 전할 뿐이다.


상대를 사랑하고, 그 상대와 평생을 같이 하고 싶다는 낭만적인 이야기론 결혼할 수 없다. 이것이 현실이고 진짜 삶이다. 당신의 그, 또는 그녀와 함께 하기 위해선 누구보다도 자신이 강해져야 한다.


누군가에게 휘둘리는 결혼식을 지양하고 나와 나의 배우자가 주체가 되어 결정할 수 있을 때에 진행해야지 후회 없는 결혼식과 결혼 후의 평화로운 삶을 유지할 수 있다. 왜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한번 말리면 계속 말린다고. 특히나 양가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본인들이 주체가 되고, 중심이 잡혀야 한다. 꼰대 같은 대답이고 부모님에게는 배은망덕할 수 있는 대답이지만 이게 현실이더라. 


나와 비버씨의 경우, 양가 부모님과 우리들의 주장을 어느 수준으로 조율하며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으나 아직도 속이 뒤집어질 때면 아무도 모르는 섬에 도망가서 살자고 말한다. 대한민국에는 결혼 후에도 챙겨야 할 것이 왜 이리 많은지, 결혼한 부부를 독립체로 생각하지 않고 아직도 품 안의 자식처럼 여기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최근 나의 꿈은 돈을 많이 벌어서 제주도나 해외에 집을 짓고 사는 것이다. 부디 꿈이 이루어져 언젠가는 '2억으로 제주도에서 집짓기' 같은 느낌의 글을 쓰고 싶다. 글이나 쓰고, 여행이나 다니고, 게스트하우스나 하면서 사람이나 만나고 살면 얼마나 행복할까. 깔깔깔깔. 비버씨는 그 꿈을 이루려면 돈이 많이 필요하다며 먼 산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렇다고 결혼을 한 것에 후회는 없다. 단지 하고 나니 안 해도 될 법한 일이더라~라는 말이다. 비버씨를 무척이나 사랑하지만, 때론 얽매이는 관습들이 싫어 불평과 불만을 일삼게 된다. 그래서 누군가 결혼을 결심했다면, 그들은 그런 관습과 제도들에서 해방된 자유로운 결혼을 할 수 있길 바랄 뿐이다. 적어도 나처럼, 비버씨처럼 괴로운 시간을 보내지 말라고.


당신은 분명 행복해질 수 있다. 당신과 당신의 배우자. 그리고 당신의 가족들도. 그 과정이 어떤 시간을 거쳐 어떤 모양으로 완성될까는 당신의 의지와 용기에 달려있을 뿐, 그렇기에 더욱 당신에게는 '긍정의 힘'이 필요하다. 나 역시 당신의 행복을 기도한다. 끝까지 줏대 없다고 비난하지 마라. 살아보면 당신도 그렇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끝으로 결혼생활 8개월째를 맞은 비버씨에게 같은 주제로 질문을 던져보았다.

대답이 가관이다. 과연 내 남편.


1. 현실에서 자신이 망각하고 있던, 또는 덮어두고 있던 가족과의 마찰이 극대화된다.

2. 파트너와의 대화 / 조율 과정에서 서로가 못 보던 것들을 볼 수 있다.

3. 지금도 늦지 않았다.

4. 도망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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