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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두나 Jul 03. 2019

#12. 며느리 곰두나, 첫 명절을 맞이하다.

결혼을 추석 일주일 전에 했던 나는 신혼여행 후 추석 당일에 귀국했다. 결혼 후 첫 명절을 째겠다는 기똥찬 계획에 대해 시어머님은 그저 웃으셨고, 별 생각이 없다가 결혼식이 다가올 때쯤 눈치챈 우리 집은 세상 어느 며느리가 첫 명절을 그런 식으로 보내냐고 날 타박했다. 


"어머님이 괜찮다고 하셨어!!"라는 내 말에 엄마는 더욱 내 등짝을 때리며 개념도 없고 성격도 나쁜 지지배라고 욕했다. 더불어 비버씨도 "자네는 두나가 그렇게 하자고 하면 말렸어야지!!"하고 같이 등짝을 맞았다. 


비버씨는 그저 웃었다. 불쌍한 비버씨.(/애도)


결혼식 후 첫인사는 전통적인 흐름으로는 처가에서 시댁으로 이동하여 인사를 드리지만, 우리는 거리 상의 이유로 S시에 있는 시댁부터 방문했다. 


내심 걱정을 했지만 시댁에 도착한 것은 당일 오후였기 때문에 방문 시에 내가 특별히 할 일이 없었다. 내심 명절 준비를 돕지 않아 찔리는 부분이 있었으나, 이는 여행에서 사 온 선물로 덮어두기로 했다.


저녁 늦게 오신 비버씨네 친척분들과도 저녁을 밖에서 먹어 따로 손댈 일 없이 끝났다. 게다가 밤이 깊자 시어머님은 시댁에서 자는 게 불편할 테니 남편 집으로 넘어가라고 말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이동 후 비버씨 집에서 꿀잠. 


세상에, 우리 어머님은 어쩜 이리 대인배실까 감탄한 밤이 아닐 수 없다.


다음날 아침, 전국일주 느낌으로 S시에서 U시로 이동, 새벽부터 이동했으나 중간에 잠을 이기지 못하고 휴게소에서 기절. 결국 U시도 오후에 도착했다. 


첫 사위가 와서 신이 난 엄마와 아빠는 피곤해 죽겠는데 근처 강가가 이쁘다며 나가자고 했고 기어코 강을 따라 만들어진 둘레길을 을 한 바퀴 다 돌고 나서야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씨암탉은 아니었으나 차려진 집밥을 먹고 겨우 쉬나 했더니만 바깥나들이 좋아하는 장인어른 달래주고자 비버씨는 심야영화 한 편 때리고(?) 잠든 밤, 그리곤 그다음 날에서야 겨우 G시로 복귀할 수 있었던 우리. (물론 그 뒤 비버씨는 또 S시로 돌아가야 했다. 이때 차량 주행 거리 1000km가 훅 하고 올라갔다.)


명절 한 번 보내는데 그야말로 전국일주 대장정. 첫 명절을 이렇게 아스트랄하게 보내고 나니 우리는 다음 설날은 앞 뒤로 나눠서 가자고 합의를 했고, 그렇게 다시 설날이 돌아왔다. 다행히 우리집은 명절 앞, 뒤로 다른 행사가 있어 그때 방문하기로 하고 설날엔 시가만 방문하기로 결정했다.



이윽고 때가 왔다! 내가 미뤄두었던 명절날 며느리의 도리를 지켜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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