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을 건들어야 결과가 바뀐다

[불안의 진짜 이유] 장바구니 책을 도난당하고

by 글쓰는공여사

"이런 ㅇㅂ할~~~~~~"

아침 댓바람부터 내 입에서 욕이 터져 나온다. 핸드폰까지 침대에 내던지며.


'축의 시대'라는 책을 사고 싶었다. 740쪽 양장본, 벽돌 책답게 쬠 비싸다. 판매가 28,800원. 이럴 땐 알라딘 중고 직배송을 이용하면 거의 새 책을 배송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물론 그런 책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인내심은 필수다. 책이 들어오면 알려주는 알람 설정도 해 두었다.

"띠링"

어제 등록했는데 오늘 아침에 알람이 울렸다.

"우와! 28,800원짜리가 17,500원 (45% 할인) 상태 최상!"

이건 사야 한다. 바로 핸드폰으로 주문 넣자. 머뭇거리다 또 책 뺏기고 운다. 그랬던 기억이 있는지라 불안이 인다.

빨리~ 빨리~ 주문을 넣자

마음이 급하다. 그래도 할 건 해야지. 쿠폰과 적립금 써서 3,500원 할인받고, 500원 적립금 받게 편의점 픽업도 신청한다. 심장은 쿵쾅거리고, 마음이 손가락보다 앞서 달린다. 이제 결제만 남았다.

'신용카드로 할까? 네이버 페이로 할까?'

'네이버 페이가 1% 적립된다니 네이버 페이로~~'

'클릭! 클릭! 클릭!'

네이버 접속하고 카드 선택하고 비밀번호 넣고... 거의 끝나간다. 축의 시대야! 기다려라. 곧 만나자!

그런데, 알라딘 커뮤니케이션으로 이동한다 어쩐다 하더니 '다시 결제 시도'가 뜬다.


뭔 일인지 이유도 없이 다시 결제 시도라니! 다시 하라니 다시 그대로 한다. 똑같이 접속하고 선택하고 비번 찍고... 이번엔 되겠지! 그런데 또 안된다. '다시 결제 시도'가 또 뜬다. 뭐야~ 이거~~ 아, 이러다 책 날아가는데... 내 정신이 먼저 날아가는 중이다.


다시 결제 시도를 3번째 시도하는 중, 흑. 우려한 사태가 터졌다. '책 도둑맞았다.' 내 장바구니 책을 누군가 먼저 결제해버린 거다. 돈 낼 때까지는 내 것이 아닌데, 냉엄한 현실에 가슴이 무너진다.


불안하다. 그 이유는?

불안하다. 잘못되었다는데 하던 짓 계속할까 봐. 진짜 이유는?

불안하다. 잘못되었다는데 하던 짓 계속할까 봐. 그게 내 삶의 태도가 될까 봐.


그럼 어떻게 살아야하는데?

조건을 바꿔야 했다.

결제가 안 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을 게다. 그렇다면 같은 짓을 반복할게 아니라, 네이버 아이디(2개 쓴다)를 바꾸던지, 아니면 그냥 깔끔하게 신용카드 결제를 눌렀어야 했다. 1% 적립금 195원 아끼려다 닭 쫓던 개 먼 산 쳐다본다.


상대가 잘못했겠지. 뭔가 시스템에 문제가 있겠지. 그냥 계속해보면 되지 않을까? 그런 안이한 생각으로 같은 짓을 반복했다. '안된다. 왜 안되지? 싫다. 뭐야? 짜증 난다. 급한데...' 이런 내 마음만 있었지, 그 결과를 바꿀 조건 건들 생각을 안 했다. 마음이 게을러서 그렇다.


삶도 그렇지 않을까?

지금 삶과 원하는 삶의 격차가 크면, 그게 돈이든, 직업이든, 인간관계, 건강문제든 매일 이렇게 말한다.

"와, 돈 많이 벌면 좋겠다. 부자 되면 좋겠다. 승진하면 좋겠다. 잘 지내면 좋겠다. 건강하면 좋겠다. 행복하면 좋겠다."

그리고는 결과에 따른 감정에만 집중한다.

"왜 난 안 되지? 왜 난 못하지? 내 인생은 왜 그러냐? 짜증난다. 불안하다. 괴롭다."

조건을 모으고, 바꾸고.

조건을 건들어야 한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조건이 필요하면 모아 모아 되는 상황을 만들어 가야 한다. 우격다짐 내가 원하는 결과에만 집착해서 욕심내고, 이루지 못하고 가지지 못했다고 분해하고 원망하고 허탈해하는 그딴 감정 소모는 그만하고, 조건을 바꾸자. 그래야 결과가 바뀐다. 책 주문하려고 바둥거린 5분 동안, 내가 살아온 삶의 태도를 점검할 귀한 경험을 얻는다.


'미친 짓이란 매번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Insanity: doing the same thing over and over again and expecting different results.

-알버트 아인슈타인


까뭉아~ 집에 좀 가자!

'크긍 크긍 크긍'

우리 집 댕댕이 까뭉이는 산책길에 코 박고 벌름거리느라 한세월이다.

"까뭉! 그만 가자~~~ 같은 곳에 코 박고 킁킁댄 지 벌써 3년이다. 매일 2번씩 했으니 2,000번도 넘게 똑같은 자리에서 벌름거리고. 지겹지도 않냐? 같은 짓 계속하면 똑같은 미래밖에 없대."


까뭉은 뭔 개소리를 하나 나를 힐끗 쳐다보더니, 뒷다리를 들고 일을 본다.

"엄마는~~~. 친구들 오줌 냄새가 얼마나 매번 새롭고 상큼한데... 뭘 몰라도 한참 모르네~~. 엄마나 새로운 인생 사는 데 집중하셔. 킁킁."

"....."


똑같이 짓 반복하다,

내 장바구니에 넣어둔 책도 도둑맞은 엄마는,

오늘은 더 할 말이 없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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