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공여사 Oct 02. 2020

넷플릭스 드라마 추천  <크리미널: 영국>

"뭔 자막을 틀어놓고 보냐?"

요즘 핫한 드라마 '비밀의 숲 2'를 몇 시간째 꼼짝 않고 보는 있는 나에게 남편이 묻는다.


"뭔 소리 하는지 잘 안 들려. 특히 저 사람~ "

우 부장이라는 캐릭터. '수식어가 필요 없는 존재감'을 드러내는 배우라는데, 나에겐 수식어가 참 많이 필요하다. 웅웅 거리는 사투리로 모든 대사를 쏘아붙이니 뭔 소린지 알아듣기 힘든 배우.

바로 이 분이다. 자막을 부르는 배우

거기에다 드라마의 등장인물은 많고 사건은 베베 꼬이고, 법과 경제를 아우르며 전문 용어까지 쏟아지니 정신이 없다.


"경찰이 신청한 구속 영장이 검사, 판사한테서 기각되는 비율,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넘긴 건의 불기소율, 사건 및 영장 청구 건수에서 경검이 차지하는 비율..."


이런 폭풍 대사를 맞고 있으면, 난 비실비실 겨우 따라가다 폭삭 금방 꼬꾸라진다. 자막이라도 틀고 봐야 겨우 스토리를 이해한다.


"사람들이 저걸 한 회씩 보면서 모두 이해한다고? 남편~~~ 나, 아무래도 귀도 어두워지고 이해력도 한참 떨어졌나 봐. 흑"

우리나라 드라마를 한글 자막까지 틀어놓고 보고 있자니, 이제 외국어는커녕 한국말도 잘 못하나 자괴감이 든다.


그러던 내가 넷플릭스를 보다 이렇게 외친 날이 왔다.

"나, 심봤다~~~. 진짜 재밌는 거 발견!"

요란법석을 떨며 말한다.

"뭔데?"

남편은 예의상 물어보면서 '아차' 싶었을 게다. 제목 물어본 순간 게임 끝이다. 이후로 적어도 30분은 내 스토리 듣고 있어야 니까.


"크리미널 영국 편. 그중에서 제일 재밌게 본 에피소드 얘기해 줄게."

남편의 허락필요 없다. 남은 산책길은 잔인하게 살해된 시체와 피로 물든다.

시즌1  에드거

크리미널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똑같은 타이틀에 나라 이름만 다른 드라마가 상영 중이다. 시즌 1개에 에피소드가 3~4개. 취조실이라는 제한된 공간과  주어진 시간 내에 다양한 강력 범죄 용의자를 심문하는  범죄 심리 드라마다.


이런 분은 바로 PASS!

1. 오늘 스트레스 너무 많이 받았다면, 그냥 PASS!

지금 스트레스 잔뜩 끌어안고 맥주캔 들고, 넷플릭스 앞에 앉았다면 이 드라마는 그냥 PASS 하시라. 탄피 바닥에 우수수 떨어뜨리며 악당들 한 큐에 처단하는 먼치킨 히어로, 그딴 거 없다. 그냥 앉아서 얘기만 주고받는다.


2. 영화 보고 싶다 했지, 뭔 연극 보고 싶다 했냐? 이런 분도 PASS!

범죄 수사물인데 실제 범행 장면이나 용의자 알리바이 보여주는 컷은 하나도 없다. 취조실, 취조실을 바라보는 공간, 복도 이게 다다. 출연하는 배우도 용의자, 변호사, 취조하는 형사들이 전부다. 분명 영화(드라마)를 봤는데, 연극을 본 느낌이다. 눈이 확 돌아가는 볼거리를 기대하고 있다면  PASS!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드라마가 재밌는 이유는?

1. 최고의 몰입감을 준다.

정해진 시간까지 원하는 답을 얻어내지 못하면 용의자는 석방된다. 무죄를 주장하는 용의자와 용의자를 실토하게 만들어야 하는 형사들 간의 심리싸움. 가진 것을 어떻게 감추고 얼마만큼 드러낼 것인가 치열한 심리전이 펼쳐진다.


장면을 그대로 보여주지 않으니, 내 상상력이 그 갭을 채운다. 그게 더 재밌다.

시즌2 대니엘

2. 배우들의 연기력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

크라임 씬도 없고, 종횡무진 형사들의 활약상도 없다. 제한된 공간에서 몇 명의 배우들만 등장하니 그들의 힘이 절대적이다. 특히 에피소드마다 새롭게 용의자로 등장하는 배우들은 캐릭터에 완전히 녹아들어 드라마를 끌고 간다. 심문의 내용에 따라, 증거가 드러남에 따라 감정선이 어떻게 변하는지 보는 즐거움이 크다.


3. 반전을 기대한다.

시즌 1 에드거, 시즌2 줄리아, 대니엘, 산디프 편이 특히 좋았다. '정말 범인일까? 맞나 보다. 아닌가? 맞는 것 같은데... 아닌가 봐. 맞네~ 범인!' 혼자 보면서 50분 동안 엎치락뒤치락 열두 번을 뒤집는다.


4. 이해가 쉽다.

"네가 죽였지?"

"아니, 난 절대 아니야."

"네가 죽인 거 맞잖아!"

"아니래도. 증거 있으면 내놔봐."

이게 다다. '비밀의 숲'처럼 일주일 지나면 뭔 내용인지 기억도 안나는 복잡한 드라마 아니다. 한 가지 사건이 몇 사람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50분이면 결판이 난다.

시즌2 산디프

"뚝"

하늘에서 뭔가 떨어졌다. 쓰레기 버리러 가던 길이었다. 난데없이 하늘에서 새 한 마리가 아스팔트 도로 위에 처박혔다. 참새처럼 작다.

"이게... 뭔... 일..."


대낮에 하늘에서 참새 시체가 떨어지다니. 주위에 나무가 있기는 하지만 거리가 멀다. 그럼 큰 새의 공격을 받았나? 아님 갑작스러운 심정지?  아님 늙어 죽었나? 세상에 참~~ 별일도 다 있다.


쓰레기를 버리고 들어오다 근처를 어슬렁거리던 아파트 길고양이와 마주쳤다.

전 아니여라~

"네가 죽였지?"

"뭘, 뭘요?"

"참새 말이야. 방금 하늘 날아가던 참새!"

"전 절대 아니여라~~"

"네가 죽인 거 맞잖아!"

"아니라니까요. 증거 있으면 내놔봐요."


말 못 하는 고양이에게 눈빛 레이저 광선 쏘아가며, 사인불명의 참새 죽음을 취조한다.

목 늘어진 티에 쓰레빠 끌고 쓰레기통 들고 길거리에 서서.

내~~~ 참! 휴일이 빨리 끝나든지 해야지. 

요즘 범죄 수사 드라마 너무 많이 본다.


작가의 이전글 넷플릭스 드라마 추천 <믿을 수 없는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