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은 평소도 그렇지만, 더욱이 발길이 여간해선 떨어지지 않았다. 약간의 목이 잠긴다던 남편은 신설동 유령역 체험을 하고 난 뒤 서울풍물시장을 한 바퀴 둘러보고 심상치 않은 몸상태를 보였다.
만인의 음식 선생, 백선생의 레시피로 처음 끓이는 소고기 뭇국이 그냥저냥 먹을 만 해질 정도로 끓여지자, 얼른 밥상을 차렸다. 어머니가 언제 사놓으셨는지 모르겠는-결혼 전인 것 같은- 탕거리 소고기가 냉동실에 있었다. 남은 무로는 무채 절임을 해서 올렸고, 계란찜을 했다. 그래도 김이 제일 맛있었다.
남편은 국이 맛있다며 두 그릇을 먹었다. 원래도 내 음식이 맛이 있건 없건 잘 먹어주는 고마운 남편이다. 비타민씨를 많이 섭취하라고 종합영양제와 귤을 챙겨주었다. 그래도 감기는 덮쳐왔고 종합감기약과 쌍화탕을 먹였다. 사과도 숟가락을 살살 긁어 반개 정도 먹였다.
2시간 정도 쉴 새 없이 말했던 강의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전국을 넘나들며 처가와 작업실을 누빈 덕분인지 남편은 골골거렸다. 아픈 남편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남편은 작년 겨울에도 크게 앓은 적이 있다. 그때도 혼자 골골거리며 아팠다.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돌렸다. 미운우리새끼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남편의 열은 다행히도 떨어져 있었다.
결혼 생활을 한지 이제 겨우 네 달이 지났다. 남편의 홀로 살이는 주말을 제외하고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남편은 청소를 꼼꼼히 하고, 빨래를 자주 하고, 냉장고를 털어 식재료를 허투루 버리는 일이 없다. 나는 그에 비해 고시원에서 대충 때우고, 사 먹고, 맛집 탐방을 이어온 결과 살림 초보로 머물렀다.
연인에서 부부가 됐기에 언제나 함께 있고 싶지만, 하루아침에 일을 그만둘 수 없어 매일의 일을 반복해간다. 우리는 주말이면 연인처럼 데이트를 반복한다. 맛있는 것을 먹고 보고 싶은 것을 찾아본다.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순간이다. 육아가 시작되면 꿈처럼 그리워할 시기이다.
앞으로 우리에겐 서로를 간호하면서 살아갈 날이 무수하게 많이 남아 있을 것이다. 남편이, 내가 아프거나 우리의 아이가 아플 수도 그리고 부모님이 편찮으실 수도 있을 거다. 그런 나날들이 답답할 정도로 미래에 버티고 있지만 오늘의 나는 참 괜찮은 것이다. 새벽녘 청량리역으로 나를 배웅해주는 남편의 손이 따뜻해서.
오늘도 평소의 월요일과 다름없이 춘천행 첫차에 몸을 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