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예쁜 패턴의 원피스를 만났는데 나시로밖에 제작이 안된거야. 알다시피 엄마는 네가 가진 점이 크기에 햇볕을 받지 않게 하려고 외출복으로 나시형태를 산 적이 없어. 그리고 노심초사하며 항상 피했단다. 행여나 네가 나중에 그 점을 수술해달라고 할 수도 있고 레이저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을듯해서 미리 조심하자는 마음이었지.
그런데 뭐 어떡하니, 그렇다고 앞으로 만나는 옷들 중 나시형태로 되었다고, 예쁜 옷을 못입는다는건 매우 손해잖아. 굳이 그런 제약이 필요할까? 생각했어. 그런 제약을 만든건 엄마의 위축된 마음이 아닐까 싶었고. 밖에서 노는걸 너무나 좋아하는 너의 손등이 5월인데도 새까맣게 탄 걸 보면, 너는 정말 앞으로도 이쯤이야 하며 살아갈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 그만큼 네 성격은 엄마 생각보다도 더 대범하게, 그리고 사람들을 무척 좋아하면서, 사회성이 높은 상태로 크고있단다. 지나가는 사람 모두에게 손을 흔들어주는 착한 아가이자, 놀이터 8살 7살 언니오빠들 사이에서 아무렇지않게 껴서 실컷 노는 대단한 아기야.
겨우 옷 한 벌에, 엄마는 너무 큰 허들을 넘은 기분이 들었어. 큰 점을 남에게 보이기 싫었던 엄마의 마음이 아니었나 매번 나의 생각을 검증하고 되물었던 작업들. 옷 한 벌로 비로소 내려놓게되었단다. 물론 그렇게 보이지도 않는 옷이었지만 역시나 엄마는 네가 예쁜 옷을 입는 것이 너무나 행복하고, 너도 너무나 좋아해서 좋아. 정말 짜릿하고 즐거워. 익살맞은 네 얼굴엔 얌전하고 깨끗한 스타일보다는 화려하고 활발한 스타일이 찰떡궁합이야. 괜히 네가 패셔니스타라는 얘길들으며 크는게 아니란다.
어느날 문득 밤중에 너의 옷을 애벌빨래하다가 알았다.
조용한 밤 주5일넘게 떨어진 아빠가 없어 혼자 감당해야하는 밤.
소스라치게 큰 중압감으로 검은파도처럼 밀어닥치는 그 마음이, 내가 만들고있을뿐이라는 것.
아 이 슬픔에 나의 지분은 없구나.
오로지 미래의 네가 감당해야 할 부분이구나.
네가 앞둔 수많은 밤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도 키득거리며 좋은 꿈을 꾸는 우리아가에게 앞으로도 외로울 찰나를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행복했으면 싶다.
비록 엄마가 도움은 안되겠지만 이 슬픔의 지분이 비록 나에겐 없더라도 너의 슬픔에 가장 공감하면서도 평생 죄책감을 갖고 살겠다. 탓할 수 있는 구덩이가 되어 너의 마음을 끝까지 안아주겠다.
지금의 엄마는 너무 행복한거지. 스스로도 매일 과분한 하루하루를 선물받는다. 비록 오늘이 슬펐다 하더라도, 네게도 내일이 항상 행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