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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mgom May 22. 2022

이 슬픔에 나의 지분은 없다

나시 원피스를 처음으로 사주며

안녕 우리 아가.

엄마가 이번에 여름옷을 사며,

너무 예쁜 패턴의 원피스를 만났는데 나시로밖에 제작이 안된거야. 알다시피 엄마는 네가 가진 점이 크기에 햇볕을 받지 않게 하려고 외출복으로 나시형태를 산 적이 없어. 그리고 노심초사하며 항상 피했단다. 행여나 네가 나중에 그 점을 수술해달라고 할 수도 있고 레이저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을듯해서 미리 조심하자는 마음이었지.

그런데 뭐 어떡하니, 그렇다고 앞으로 만나는 옷들 중 나시형태로 되었다고, 예쁜 옷을 못입는다는건 매우 손해잖아. 굳이 그런 제약이 필요할까? 생각했어. 그런 제약을 만든건 엄마의 위축된 마음이 아닐까 싶었고. 밖에서 노는걸 너무나 좋아하는 너의 손등이 5월인데도 새까맣게 탄 걸 보면, 너는 정말 앞으로도 이쯤이야 하며 살아갈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 그만큼 네 성격은 엄마 생각보다도 더 대범하게, 그리고 사람들을 무척 좋아하면서, 사회성이 높은 상태로 크고있단다. 지나가는 사람 모두에게 손을 흔들어주는 착한 아가이자, 놀이터 8살 7살 언니오빠들 사이에서 아무렇지않게 껴서 실컷 노는 대단한 아기야.


겨우 옷 한 벌에, 엄마는 너무 큰 허들을 넘은 기분이 들었어. 큰 점을 남에게 보이기 싫었던 엄마의 마음이 아니었나 매번 나의 생각을 검증하고 되물었던 작업들. 옷 한 벌로 비로소 내려놓게되었단다. 물론 그렇게 보이지도 않는 옷이었지만 역시나 엄마는 네가 예쁜 옷을 입는 것이 너무나 행복하고, 너도 너무나 좋아해서 좋아. 정말 짜릿하고 즐거워. 익살맞은 네 얼굴엔 얌전하고 깨끗한 스타일보다는 화려하고 활발한 스타일이 찰떡궁합이야. 괜히 네가 패셔니스타라는 얘길들으며 크는게 아니란다.



어느날 문득 밤중에 너의 옷을 애벌빨래하다가 알았다.

조용한 밤 주5일넘게 떨어진 아빠가 없어 혼자 감당해야하는 밤.

소스라치게 큰 중압감으로 검은파도처럼 밀어닥치는 그 마음이, 내가 만들고있을뿐이라는 것.


아 이 슬픔에 나의 지분은 없구나.


오로지 미래의 네가 감당해야 할 부분이구나.

네가 앞둔 수많은 밤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도 키득거리며 좋은 꿈을 꾸는 우리아가에게 앞으로도 외로울 찰나를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행복했으면 싶다.


비록 엄마가 도움은 안되겠지만 이 슬픔의 지분이 비록 나에겐 없더라도 너의 슬픔에 가장 공감하면서도 평생 죄책감을 갖고 살겠다. 탓할 수 있는 구덩이가 되어 너의 마음을 끝까지 안아주겠다.


지금의 엄마는 너무 행복한거지. 스스로도 매일 과분한 하루하루를 선물받는다. 비록 오늘이 슬펐다 하더라도, 네게도 내일이 항상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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