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기 시동 걸기

2024. 09. 01 율이 생후 90일의 기록

by 곰곰

남편이 거실에서 율이를 놀아주고 있었고 나는 부엌에서 젖병을 세척하고 있었다. 설거지가 다 끝나갈 쯤 "율이랑 잘 놀고 있어?" 물어봤고 남편은 "응, 이제 조금만 쉬다올게” 하며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는 나도 거실로 이동했다.


율이 자세는 정자세가 아니라 한쪽 다리를 반대쪽으로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남편이 있는 쪽을 향해서 "자세를 어떻게 하고 간 거야?" 하고 외치듯이 물어봤다.


이 자세는 친정 엄마가 종종 율이 낮잠을 재울 때하거나 운동 차원에서 해주던 자세였다. 남편은 한 번도 이렇게 율이 자세를 해놓은걸 본적이 없었다. 남편이 해놓은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긴 했는데 그렇다고 이 자세가 뒤집기 시도를 위한 연습 중이라는 것은 생각도 못했다. "잠깐만 일로 와주라"


율이를 보면서 남편에게 물었다. "이렇게 하고 간거야?“ 남편은 어떻게 이 상태로 혼자 두고 가냐며 아니라고 했다. “헐! 대박인데? 그러면 이거 대박인건데! 이거 그거 뒤집기 연습하는 거 아니야?” 순간 율이가 기특했고 그저 기쁘기 보다는 이게 진짜 뒤집기 시도가 맞는지 궁금했다. 그런데 맞았다!


“발 좀 봐... 힘주고 있어. 하아.. 저 쪼끔만 발에 힘주는 거...”


오늘은 사실 나도 큰 변화를 맞이한 날이었는데 함께 성장해간다는 생각에, 어찌 표현도 못하겠는 기쁨과 행복, 그리고 감격스러움에 율이를 안고 재울 땐 눈물까지 흘렀다. 기쁨과 행복의 눈물. 그런데 그 감정들을 하나로 표현할 단어가 없다.


내 몸의 변화라면 생리가 시작됐다. 어제 오전이었나 아랫배 오른쪽이 쿡쿡 쑤시듯이 아팠고 그러다 말았다. 그 후 저녁이었을까 ‘처음엔 아니겠지? ’싶었다. 그런데 난리가 났다. 어제 오늘 속옷만 5번을 손으로 애벌하고 세탁했다. 슈퍼롱울트라 오버나이트를 샀는데도 양이 어마어마했다. 물론 침대 시트도 세탁하게 됐다.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아는 동생에게 말하니 안심팬티를 입고 일회용 패드도 깔라고 조언해주었다.


나는 출산 후 첫 생리를 했는데 율이는 첫 뒤집기 시도를 보게 된 것이었다. 율이가 머리카락이 빠질 쯤 나도 베게에 머리카락이 빠지는 게 보여서 우리 둘의 변화가 신기할 따름이었다. 이렇게 또 투트랙으로 변화를 보게 되니 어떻게 표현이 안 된다. ‘신기하다는 생각’ 이게 핵심인데 신기하다라고만 표현하기엔 이 감정들을 담아내기가 어딘지 아쉬운 느낌이다.


39일부터 통잠을 자줘서 그저 고맙고

88일엔 낯가림해서 진한 애착을 느끼게 해주고

90일엔 뒤집기 시도를 위한 연습을 해서 또 다른 기쁨을 주고


우리 율이 덕분에 정말로 육아가 재밌고 좋은데!

‘육아 왜 이래? 왜 이렇게 재밌어’


육아 이전, 임신 기간 중 초음파를 보러 갈 때면 점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쉬 싸는 모습도 보여주고, 찡그리는 표정도 보여주며 갈 때마다 아주 큰 웃음을 줬었다.


율이 덕분에 많이 웃는다. 오늘도 웃음으로 시작해서 감사로 마무리 하는 하루다. 그리고 이제는 내일도 기대되는 것까지 더해진다. 또 어떤 모습들을 보여줄지가 기대돼! 내일이 어서 와서 율이랑 놀고싶다. 그러고 보니 월요병도 잊은 지 오래다. 이 또한 감사할 뿐. 감사가 넘친다.

율아, 9월이 시작되었어. 9월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달이란다.

엄마 아빠가 말이야, 9월에 만났거든. 9월 17일에 만나기 시작했지.

그리고 9월 12일은 엄마 아빠 결혼기념일이야.

9월 11일은 우리 율이 백일이란다.

작년 9월에 우리 율이가 엄마아빠에게 찾아와줬고 말이야.


율아, 우리 율이 덕분에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어.

과거도 아니고 미래도 아니고 ‘지금’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율이가 웃어줄 때, 그 순간을 즐기는 거 말이야.

율이가 하품할 때 그 순간이 귀엽다고 느끼는 것들.

그리고 베푸는 기쁨을 알게 되었어.

율이를 만나니까 기쁨이 넘치고 넘쳐서, 행복이 넘치고 넘쳐서

막 나누고 싶더라고. 이 감사한 마음을 나누고 싶고 베풀고 싶어.

율아, 고맙고 또 고마워. 우리 내일 또 재밌게 놀자, 사랑해


20240901.jpg 율이가 처음으로 반 뒤집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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