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하고 또 상상하기

2025.08.26 율이 생후 449일의 기록

by 곰곰

거실 왼편으로 아기 침대, 그 옆엔 기저귀갈이대. 그 맞은편으로는 수유의자.


‘율이 때랑 똑같이 두는 게 낫겠지? 집은 다른 집이려나?’


친정집 거실 한가운데 놓여있는 역류방지쿠션, 그리고 그 위에 누워있는 아기. 아기를 맴돌며 거실에서 놀고 있는 율이.


‘친정에서 이런 모습이려나?’


나도 모르게 상상하게 된다. 율이 곁에 있는 동생. 그러니까 둘째에 대한 상상 말이다.


율이도 어느새 15개월을 일주일 가량 앞두고 있다. 낮잠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 외에는 율이의 일상이 제법 ‘어른 사람’스러워졌다. 이젠 외출을 해도 근처 마트에서 우유를 사서 먹이기도 한다. 물도 끓인 후 식혀서 주곤 했었는데 깜빡하고 못 챙긴 날엔 식당의 정수기로 해결하기도 한다. 외출 시 짐도 부쩍 줄어들었고 친정에 갈 때 짐도 확연히 줄어들었다. 크고 작은 일들을 겪으며 ‘느슨해져도 큰일 안 난다’는 것을 알게 돼서인지 마음 어딘가가 느슨해졌다.


이 마음의 틈새에서 둘째 생각이 나는 것이 분명하다. 자녀가 많은 연예인들이 나와서 육아를 주제로 이야기하는 유튜브 채널을 찾아보기도 한다. 둘째가 있는 지인들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들을 보며 둘째가 있는 삶을 또다시 상상한다.


요즘에도 율이를 보고 있으면 ‘내 삶이 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예쁜 아가 율이가 우리 가족이 되었다니, 나의 아이로 와주었다니 ‘이건 정말 기적’이다.

율이가 낮잠을 잘 때 암막커튼을 치기에 방안은 꽤나 어두워진다. 고요가 찾아온 어두운 방 안은 머릿속에 여러 생각들이 떠나기기에 딱이다. 율이와 같이 잠드는 날들도 있지만 말이다.


‘모질었던 시간들이 지나서 여기까지 왔구나.’


오늘 든 생각이다. 모질게 힘들었던 그 시간들이 지났고, 오늘날에 이르렀다. 둘째에 대한 상상까지 하게 되다니!


율이 덕분에, 나의 삶이 아주 다채로워지고 아주 풍요로워진다.


20250826_상상하고 또 상상하기_449일.jpg 율이 덕에 활기찬 여름 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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