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

2025.09.10 율이 생후 464일의 기록

by 곰곰

“은하수 같다!”


정확히 어깨부터 날개 뼈 부근까지 하얀 별 가루들이 떨어져 있었다. 검은색 티셔츠를 입은 게 잘못이었을까.

어깨를 양껏 넘은 각질을 보고 은하수 같다는 남편의 표현이 웃기기도 했지만 진짜 내 몸이 어디까지 변하려나 싶기도 했다.


다다음주는 마지막 레진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출산 후 스케일링을 하러 갔다가 잇몸이 패여서 레진을 해야 하는 개수가 무려 15개라는 말을 들었다. 15개라는 숫자가 꽤나 충격이었다. 다른 치과에 1군데 더 갔는데 그곳에서 5개는 꼭 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8월은 항생제를 거의 20일이나 먹기도 했다. 감기인 줄 알고 약을 먹었는데 낫지 않아 다른 병원에 가보니 코엑스레이, 가슴엑스레이를 찍어볼 것을 권유받았다. 코엑스레이 결과는 부비동염이었다.

올 상반기는 정말 ‘염증의 시대’라고 압축해도 될 정도다. 두 달에 한번 꼴로 염증이 생겼다. 2월의 골반염을 시작으로 말이다.


골골 거리는 와중에도 깜짝깜짝 놀랄만한 기쁨들이 채워지는 건 물론이다. 율이가 보여주는 생각지도 못한 행동들엔 웃음이 한 세트다.


아깐 오전 낮잠을 재우러 같이 방에 갔다. 율이는 누운 상태였는데 나 보고도 옆에 누우라며 손으로 툭툭 토퍼를 쳤다. 그러더니 내 손을 잡고 본인의 배로 가져가더니 내 손을 올렸다가 배로 내렸다가 하며 토닥토닥하는 것이었다.


기가 차게 귀여워서 재워야 하는 시점에 터지려는 웃음을 겨우 삼켰다. 작년, 딱 이맘 때는 품에 쏙 안겨있었는데 토닥토닥까지 하다니, 1년이란 시간이 이토록 어마어마한 거구나.


얼마 전 아는 언니가 집에 놀러 온 적이 있다. 5살 된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율이를 보더니 이 시기도 잠깐인 것 같다며 아이의 성장이 참 빨라서 돌아보면 ‘다른 아이가 와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 말이 참 공감됐다.

한 사람이 온 다는 건 한 우주가 온다는 문구를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강율이라는 우주가 나의 세계를, 우리의 세계를 세차게 뒤흔들어 놓는다.


티셔츠의 은하수가 대수냐. 이토록 놀라운 우주가 함께하는데. 처음 맛보는 달달한 행복이 우수수 떨어지는데!


20250910_은하수.464일.jpg 귀엽다 귀여워. 그래요 제가 도치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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