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율의 시간

2025.09.24 율이 생후 478일의 기록

by 곰곰

요즘 율이는 꼭 ‘맛 감별사’ 같다. 그동안 잘 먹었던 음식도 마치 처음 먹어보는 아기처럼 입안에서 새롭게 맛을 느끼는 듯하다. 맛을 느낀 후엔 내뱉거나 더 달라는 신호로 숟가락을 내밀거나 “까까”라는 말을 한다.

비율로 치자면 내뱉는 빈도가 훨씬 더 많다. 한 번은 우연히 찾은 ‘볶은 참깨’ 치트키에 덩실덩실 어깨춤이 나온 적도 있다. 어찌어찌 볶은 참깨를 솔솔 뿌려서 줬는데 “까까” 하면서 먹고 또 먹는 것이었다. 친정엄마에게 말씀드리니 참깨를 갈면 더 고소하다며 나중엔 갈아서 줘보라고 하셨다.


반찬을 잘 먹지 않는 날엔 어김없이 깨를 갈게 된다. 깨부터 먹이고 그 후엔 밥에 콕 찍어서 먹이고, 마지막 단계로 반찬까지 깨를 뿌리는 치트키 루트! 여기에 참기름을 뿌리고 화룡정점으로 김까지 싸주면 어찌어찌 또 한 끼가 끝난다.


예외는 어디에나 있는 법. ‘깨, 참기름, 김’. 내가 쓸 수 있는 여러 가지 식재료 스킬들을 모두 갖다 써도 통하지 않는 날이 있다. 이럴 땐 ‘요거트’ 스킬을 쓴다. 잘 먹지 않는 반찬에 요거트를 섞어주면 또 먹는다.

먹짱 율 아가의 리즈시절을 떠올리면 먹는 양이 많이 줄었지만 먹긴 먹기에 밥알이라고 할 수 있는 건지, 편식이라고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똑같은 음식도 하이체어에 앉기 전에 슬쩍 건네주면 더 달라고 하다가 막상 앉아서 먹으면 뱉어버리는 알 수 없는 율 아가의 마음.

오늘 저녁엔 처음으로 감자샐러드를 만들어줬다. 삶은 감자에 아기용 치즈를 섞었다. 간단하지만 치즈가 열일하는 메뉴!


“어? 먹네? 율이 웬일이야?”


밥을 먹는 시간은 율이의 취향을 알아가는 시간 같다.


16개월을 약 일주일 남겨둔 율 아가는 낮잠 횟수가 1회로 굳혀진 듯하다. 오후에 낮잠을 자게 되면서 점심시간도 앞당겨졌다.


한 발자국 멀리서 일상을 보자면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미세한 부분들이 디테일하게 조율되어 가고 있다. 율이의 맛 세계를 포함해서.


20250924_조율의 시간.478일.jpg 활동성도 커지는 율이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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