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들이 모이는 축제는 취소되거나,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2022년 코로나19 상황이 완화되면서 전국에는 다시 축제가 시작되었다. 많은 축제가 시작되었지만,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부천국제만화축제>에 가기로 했다.
제25회 <부천국제만화축제>의 주제는 ‘이:세계’이다. 이(異, 二, e) 세계는 판타지 세상과 디지털 만화 세상 등을 아우르는 키워드라고 한다. 포스터 메인 이미지는 2022년 부천만화대상 대상 구아진 작가의 <미래의 골동품 가게>로 꾸며졌다.
점심을 먹고 천천히 집을 나서니 3시가 넘어 있었다. 한국만화박물관 기획전시는 11월까지 진행한다고 하니 우선 야외 행사 중심으로 축제를 즐기기로 했다. 박물관 앞마당은 코스프레 복장을 한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특별한 것을 하지 않아도 주변을 거닐기만 해도 재미가 있었다. 머리와 화장, 의상과 신발까지 어느 한 부분 대충하고 오지 않았다. 좋아하는 것을 위해 한껏 준비한 사람들이 함께한 에너지가 느껴져 기분이 좋아졌다. 역시 지금, 여기에서 함께 누리고 즐기는 축제가 좋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 축제 때 흥미로운 공간이 만들어졌다. 바로 지하 주차장을 활용해 ‘만화벙커’를 만들었다. 지하 1층에는 ‘아티스트 존’을 마련해 작가의 작품과 굿즈를 만날 수 있었다. 지하 2층에는 기업과 대학존을 만들어 좀 더 전문적으로 만화를 창작하고 유통하는 사람들이 만날 수 있게 하였다. 국내에 만화와 관련된 학교가 생각보다 많아 놀랐고, 다양한 기업들의 기술과 제품을 한곳에서 만날 수 있어 일반인과 전문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기업관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코너가 있다. 바로 인공지능 기반 웹툰 이미지 제작 기술인 ‘딥툰(deeptoon)’이다. 딥툰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만화영상진흥원, 툰스퀘어, 투니드엔터테인먼트가 모여 만들고 있다. 인체 사진을 찍고 변환하여 웹툰에 바로 사용하기도 하고, 템플릿을 선택해 원하는 캐릭터를 몇 초 만에 만들어 낼 수도 있다. 더욱 신기한 것은 “싫어!”, “좋아!” 등 캐릭터의 말풍선 내용에 따라 표정이 변하기도 했다. 나만의 하고 싶은 이야기하 있다면 누구나 쉽게 웹툰을 ‘만드는’ 시대가 곧 오지 않을까, 생각을 했다. 그렇게 되면 웹툰 작가의 그리는 방식이나, 웹툰을 즐기는 방법이 다양해질 것이고 상업적으로도 웹툰이 폭넓게 활용되지 않을까. 반면에 창작을 하는 작가들의 고민은 더 깊어질 것 같다.
만화벙커에서 나와 박물관 주변의 크고 작은 만화 마켓을 구경했다. <아이큐점프>, <윙크> 등 추억의 잡지와 장난감이 모여있는 마켓도 있었다. 만화 잡지를 들었다 놓았다 하며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하나도 사지 못했다. 슬쩍 옆을 보니 남편도 조립식 로봇을 한참을 보고 있었다. 몇만 원을 훌쩍 넘는 가격에 흔쾌히 살 수는 없었지만 만화 잡지와 장난감을 모았던 그때가 생각이 났다.
축제는 오후 6시까지 진행이 되었지만 6시가 다되어도 여전히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평소 사람이 많은 곳에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오랜만에 각자의 방법으로 즐겁게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을 보니 나의 기분도 함께 좋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