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가 어렵다. 읽어도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좋은 시가 어떤 시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아이는 시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시를 안다는 것, 좋아하는 사람은 일은 뭔가 세상을 풍부하게 보고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림책 작가와 시인들이 만들어낸 시집 시리즈 동시야 놀자(비룡소)의 새로운 책이 나올 때 가끔 한 권씩 구입해 아이와 읽고 있다. 귀엽고, 때론 웃기며, 상상력을 자극하는 그림들은 시의 세계로 즐겁게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지도 같다.
이번에 구입한 책은 <내가 고생이 많네>(허연 시, 소복이 그림)이다. 허연 시인의 시는 읽어 보진 않았지만, <나쁜 소년이 서 있다>, <불온한 검은 피> 등의 시집을 낸 시인이고 신문 등에서 시인의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사람을 단편적인 이미지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되겠지만, 막연히 어두운 세계를 간직한 시인이고 동시랑 잘 연결이 되지 않았다. 궁금증을 안고 아이보다 먼저 이 동시집을 읽었다.
이 시집에서 허연 시인은 8살 늦둥이 딸 허민재가 된다. 허민재가 되어 아빠와 대화하고, 친구를 만나며 세상을 접한다. "세상이 거꾸로 보인 적이 없다."(혹은 볼 수 없다)라는 어른들에게 철봉에서 매달리며 바라본 세상에 대해 설명해 주고, 맛있는 귤과 대화를 시도하기도 하며 어른들이 잊고 있었던 어린이의 세계를 들려준다. 또 "커서 훌륭한 사람이 돼라."라는 어른의 말을 듣고는 "훌륭한 사람이 안 되고 그냥 재미있게 놀면 안 돼요?"라고 반문하는 목소리, "나무는 왜 띄엄띄엄 서 있을까"라는 질문을 통해 사람의 거리를 생각하는 등 아이의 질문과 목소리를 통해 나를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아이의 몸으로 말한 시, 아이는 읽으며 무엇을 느낄까? 아이와 함께 읽을 두 번째 독서도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