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2시, 학술대회가 개최되는 서울역사박물관 시청각실은 학술대회 참여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모자란 자리를 대신하기 위해 바로 옆 교육실에서 영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별도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학술대회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며 참여하는 사람들을 보며, ‘도시사와 아카이브’에 대한 관심을 알 수 있었다. 기록학을 공부하는 학생에서부터 연구자, 박물관 및 기록관 종사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이번 학술대회는 서울역사아카이브 10주년을 기념해 현황을 진단하고, 나아갈 방향을 전망하기 위해 기록학, 역사학, 도시공학의 시각에서 다각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첫 번째 한국외국어대학교 노명환 교수의 발표에서는 레코드 컨티뉴엄, 문화유산 컨티뉴엄의 이론적 고찰을 통해 공공역사의 장으로서 서울역사아카이브의 역할을 재조명하며, 디지털 아카이브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를 제안했다. 이에 박희진 교수는 아카이브의 맥락정보를 탐색하기 위한 ‘위키 데이터’, 지리정보시스템 기반의 스토리맵(storymap) 등 추가적인 아이디어를 더했다.
두 번째 발표는 서울시립대학교 김정빈 교수의 ‘도시를 읽고 기록하는 힘’이었다. 이 발표에서는 김정빈 교수가 서울역사박물관과 함께 진행한 서울생활문화자료조사 경험을 바탕으로 도시설계가가 도시를 기록하는 방식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방법은 타임라인, 지형도, 지도, 카툰 등을 활용한 ‘시각적 서사’, 수집된 자료를 근거로 스토리텔링하는 ‘도시의 서사’, 구술 등을 통해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사하는 ‘시민들의 삶의 기록’, 마지막으로 ‘도면 그리기’를 제시하였다.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도시의 기록화 과정을 찬찬히 살펴볼 수 있었다.
세 번째는 레벨나인 김선혁 대표의 ‘서울역사아카이브의 사용자 경험 전략’으로 유로피아나의 사용자 연구 사례를 통해 서울역사아카이브의 사용자 경험 전략을 도출한 발표였다. 발표에서 인상적이었던 점은 유로피아나 디지털 아카이브의 목표와 성공지표가 변화에 대한 내용이었다. 아카이브 자료 및 정보를 탐색할 수 있는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유로피아나도 웹사이트 중심 전략에서 데이터 중심의 전략으로 진화하고 있었다. 열람 페이지 수와 체류시간은 감소하였지만, 유로피아나의 비전을 ‘매개의 플랫폼’으로 보고 ‘API 활용’과 같은 지표를 우선시했다. 김선혁 대표가 제시하는 서울역사아카이브의 사용자 경험 전략 도출을 위한 제안은 구체적이었다. 첫째, 목적과 비전의 차원에서 서울역사아카이브가 추구하는 목표와 성공기준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구해야 하며, 둘째 자산의 차원에서 서울역사아카이브만의 핵심적 자산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구해야 한다. 셋째, 사용자 차원에서 집중하고자 하는 사용자는 누구이며, 마지막으로 위 세 개의 질문을 통해 구체적인 경험 설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은 전남대학교 유인태 교수의 ‘존치의 보존에서 활용의 보전으로: 디지털 아카이브에서 데이터 아카이브로의 이행에 관하여’란 발표였다. 학술대회 발표 중 가장 많은 의문을 남긴 발표였다. ‘디지털 아카이브’와 ‘데이터 아카이브’의 차이가 무엇인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최근 지역에서 진행한 다양하고 흥미로운 아카이브 사례들을 만날 수 있었다. 특히 참여형으로 구축한 ‘영도아카이브’는 디자인과 인터페이스, 기록 영역에서도 흥미로웠다.
학술대회가 끝나고 자료집을 찬찬히 보고 나서 서울역사아카이브를 검색했다. 맥락 검색이나 화려한 기능은 없었지만, 서울역사박물관의 주요 아카이브를 중심으로 충실하게 자료를 축적하고 있었다. 가장 좋았던 점은 대부분 공공누리 1 유형으로 양질의 자료를 자유롭게 다운로드하여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지금까지 축적의 시간이었다면, 이러한 축적을 바탕으로 아카이브가 점진적으로 기능과 경험을 확장해 가는 방식으로 변화될 것이다. 이번 학술대회 발표와 토론을 통해 아카이브 기능의 확장과 경험의 축적을 가까이서 들을 수 있어 유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