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규명이 되면 좋겠지만, 그런 결론이 난다고 해서 뭔가가 달라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중략) 다만,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당한 사람은 평생이 아프기 때문입니다. 죽으면 잊을까, 절대 잊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14번째 피해자의 진술-
우연히 모임에 나갔다가 ‘5·18 민주화운동 당시 성폭력 피해 아카이브_우리는 서로의 증언자’ 홈페이지를 알게 되었다. 모임이 끝나고 지하철에서 아카이브 홈페이지를 다시 열어 보았다. 이 아카이브를 알려 주었던 분이 지하철에서 너무 자세히 읽지 말라고 이야기했던 조언이 생각이 났다. 증언자들의 목소리가 그대로 담긴 텍스트를 읽으니 당시 상황이 그대로 떠올랐다. 가슴이 먹먹해졌다.
이 아카이브는 경향신문 플랫팀 기획시리즈 ‘우리는 서로의 증언자’가 그 시작이 되었다. 이 시리즈는 5·18 당시 성폭력 피해자들이 44년 만에 서로를 만난 이야기로 시작으로 성폭력 피해자들의 인터뷰와 과거사 성폭력을 조사에 대한 방식, 앞으로의 과제를 다루고 있다. 2020년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조사가 시작되면서 용기를 낸 피해자들의 증언으로 5·18 당시 성폭력 피해서 집단적 경험이라는 사실이 드러날 수 있었다고 한다. 플랫팀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알리기 위해 16명의 5·18 성폭력 피해사실 조사위의 조사보고서를 요약한 아카이브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이 홈페이지에 들어오면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짧은 메시지를 남길 수도 있다.
아카이브 업무를 하다 보면, 기록관리 메타데이터, 분류체계 등 자료를 어떻게 축적하고 정리할까에 대한 생각에 빠져들곤 한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성폭력 피해 아카이브_우리는 서로의 증언자’를 만나며, 정리의 세계에서 빠져나와 아카이브에 담긴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과거의 기억을 왜 지금 다시 만나야 하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었다. ‘증언’에 ‘응답’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해져 이 아카이브가 점점 더 풍부해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 '피해'의 증언이후의이야기까지 다 담겼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