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데에도 마음이 있을까? 아니, 일 잘하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일할까? 가슴 뛰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을까? 언제까지 회사를 다닐 수 있을까?
시간의 대부분을 회사에서 일을 하며 보내면서 '일'을 잘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며 일해왔다. 일하는 마음을 돌보기에는 너무도 버겁고 바쁘다고만 생각했다. 불안감만 안고 일을 대하며 먹고살기 위한 돈을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할 일로만 생각하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을 일하며 보낸다. '그냥 이렇게 일해도 될까?' 하는 막연한 불안감이 마음에 자리 잡은 요즈음, 이 책을 만났다.
이 책의 저자 제현주는 투자사 대표이자 콘텐츠 디렉터, 작가, 번역가, 팟캐스트 진행자 등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다. 일과 노동, 커리어와 전문성의 개념에 생겨나는 변화를 탐구하는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저자를 처음 만난 건 '일상기술연구소'라는 팟캐스트에서였다. 차분하게 조목조목 설명하는 목소리가 좋아 집안일을 하며 즐겨 듣곤 했다. 팟캐스트를 들으면서도 '저분은 무슨 일을 하는 분이신가? 작가 이신가?' 정도로 막연하게 생각했었는데, 하나의 '직장'이 아닌 여러 '일'을 하는 분이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경력과 전문성'에 대한 이야기였다. 저자는 전통적인 의미의 전문성보다는 탁월성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중요한 문제라 말한다. "전문성이 한 가지 직업과 결부된 것이라면, 탁월성은 일을 바라보는 접근법, 다양한 분야로 확대할 수 있는 중심기술과 연결된다"(163쪽) 중심기술은 하나의 이름 붙이기를 말하는데, 자신의 크고 작은 일에서 자신의 중심기술을 찾아내는 것이다. 저자는 탁월성을 시도하고 찾기 위해서는 이러한 유동적인 경험을 실험하고, 경험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안전망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사회적인 안전망이 전제되지 않는 사회에서 탁월성을 위한 유동적인 실험은 불가능하다. 이 부분은 기본소득과 연결되는 부분이다.
15년이 넘는 긴 기간 동안 한 회사에서 일했지만 나의 전문성과 탁월성을 말하기는 어렵다. 근근하게 이어온 시간에서 나에겐 항상 사람들과 기록, 그리고 그 사이에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었다. 기록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람과 기록을 연결하는 일, 그리고 사람들의 창작과 연구를 돕는 일이 그동안 나의 일이었다. 이것에서부터 지금부터라도 나의 중심기술을 찾아보고 싶다.
이 책에는 달리기와 일을 비교하며 어려운 일을 해결하는 방법, 사람들과 함께 일할 때의 마음가짐 등 일을 할 때 적용할 수 있는 마음가짐과 팁들이 책 곳곳에 담겨 있다. 이 책은 책상 옆에 두고 일을 시작하기 전에 한 두 장 읽고 나서 일을 하면 좋을 것 같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좋은 일을 하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생겨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