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어른’ 책 제목부터 마음에 든다. 즐거운 어른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책 내용은 익히 알고 있었다. 즐겨 듣는 팟캐스트 김하나·황선우의 여둘톡(여자 둘이 토크하고 있습니다)에 이옥선 작가가 출연해 책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다. 여둘톡 팬으로서 당연히 읽고 싶은 책 리스트에 책 제목을 적어 놓고 있었다.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재미있는 현상이 일어났다. 책 속에서 저자가 튀어나와 막 이야기하는, 책에서 목소리가 튀어나오는 것 같았다.
저자 이옥선은 1948년 진주에서 태어나 3년 정도 교사 생활을 하다가 두 아이를 키우는 전업주부로 살아왔다. 작가 소개가 참 마음에 들었다. 특히 전업주부의 삶이 참 마음에 들었지만, 전업주부로 살아가는 일이 만만치 않았음을 잊지 않고 짚어준 부분에서. 이 책은 ‘작가의 변’에서처럼 저자는 책을 낼 생각이 없었지만, 이야기장수 출판사 이연실, 딸 김하나와 황선우의 설득으로 이 책을 썼다고 밝힌다. 이렇게 재미있는 책을 안 쓰시면 어쩔뻔했는지, 세 분께 감사드린다.
이 책에는 저자의 삶을 이루는 사람, 공간, 취미 등을 저자만의 관점으로 맛깔나게 이야기한다. 가정주부로 조용하고 담담하게 살아왔지만, 세상에 대한 시선은 어떤 부분에서는 날카롭다. 출생률이 세계에서 가장 낮다는 것이 “지구의 부담을 줄여주는 일”이니 나쁘기만 한 것도 아니며, 정책의 주체가 아이의 육아와 가장 동떨어진 사람들이라고 이야기하는 부분에서처럼 말이다. 가족관계에 대해서도 “가족이라 다 좋아 사는 건 아니고, 타인은 어차피 견디어주는 거”라는 남편에 대한 에피소드를 이어가는 부분에서 많이 공감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글은 ‘유언에 대하여’이다. 누구나 삶의 마지막은 ‘죽음’이다. 왠지 미리 이야기하기 어렵고 꺼려지고 피하고 싶은 부분인데, 조용히 ‘고독사’하고 싶다며, 미리 유언을 정리해 둔 부분에서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스스로의 존엄을 지키며 삶을 살아가고 싶어 하는 저자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어떤 분야에 하나의 족적을 남기고 성공한 삶도 의미 있다. 하지만 저자는 자유로운 사람이 되기를 원했다. 아무런 기대 없이 스스로의 명량성과 가벼운 마음가짐에 기대며 지구 한 귀퉁이에서 덤덤하고 조용하게 살며. 여전히 방황하고 부대끼고 살아가는 40대의 나에게 이 책은 ‘즐거운 어른’의 미래를 보여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