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관리를 공부하다 보면, 기록관리의 필요성에 대해 다룬 내용을 공부하게 된다. 기록관리를 공부하고, 관리하는 일을 업으로 하고 있지만 정작 나의 기록을 잘 정리하지도, 기록하기를 즐기지도 않는 사람이었다. 기록학을 공부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조용히 혼자서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직업을 얻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스스로 기록의 효용성에 대해 생각해 보지 못한 채 ‘일’로서 기록을 ‘정리’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 그리 즐겁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며 ‘기록하는 일’ 자체에도 관심을 갖고 일상과 관심사를 조금씩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일상과 일을 기록으로 남기는 사람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그중 한 명이 말코 작가이다.
말코 작가의 인스타툰을 꾸준히 읽고 있다. 간결하고 시원시원한 그림도 좋지만, 자신의 관심사를 꾸준히 발전시키고 자신의 ‘일’로 발전시켜 나가는 모습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관심사라도 사람들과 공유하고 또 함께 도모하는 모습도. 이런 말코 작가가 ‘1p 기록클럽’을 모집하는 글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꾸준하게 끝까지 하는 게 쉽지 않은 나이지만, 말코 작가와 함께라면 즐겁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한 페이지 정도 자유롭게 기록하는 것이니 부담스럽지도 않을 것 같았다.
이 모임의 규칙이 있었다. 기간은 12월 9일부터 12월 27일까지 3주 동안 실물 노트에 주제, 기록 방식 모두 자유롭게 기록하고 카톡방에 공유하는 것이다. 모닝페이지를 하려고 사놓고 쓰지 않았던 사쿠라 노트와 파버카스텔 만년필이 있던 터라 이 공책과 펜으로 기록을 하기로 했다. 이젠 하루 중 기록하는 시간을 확보해야 했다. 퇴근 후에 아이 저녁과 공부를 봐주고 나면 혼자 무엇인가를 하기가 어려웠다. 새벽에 아침밥을 차려 놓고 따뜻한 차와 함께 간단하게 과일을 먹으며 기록하는 것으로 루틴을 짰다.
이 루틴과 함께 기록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사실 12월에 마무리해야 할 일도 많고, 집안에 안 좋은 일도 있었다. 매일 시시각각 변하는 뉴스와 나라 상황이 마음을 모두 차지하고 있었다. 고요한 새벽에 따뜻한 차를 마시며 불안함은 노트에 덜어내는 몇 분의 시간이 큰 위로가 되었다. 누군가를 위한 ‘일’로 채워진 직장인과 주부의 삶에서 하루 1페이지 기록하는 시간은 나를 위한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3주가 흘러 ‘1p 기록클럽’의 시간도 끝이 났다. 힘들었던 12월 가장 잘한 일은 이 클럽에서 기록하며 마음을 돌보는 시간이었다. 각자 다른 마음과 생각을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한 노트를 보는 일도 또 다른 기쁨을 주고, 혼자라면 습관을 붙이기 어려웠을 텐데, 꾸준히 할 수 있던 원동력을 주었다. 마지막 날에는 말코 작가님이 연말 회고를 할 수 있는 PDF 자료까지 공유해 주어 이 자료로 2024년 마지막을 정리해 보려 한다. 말코 작가님을 비롯해 함께 했던 멤버들 모두 건강하고 2025년 새해 복도 많이 받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