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누군가 1

by 키키 리리

직장 동료들과 최대한 말을 하지 않기 위해 기를 쓰고 있다. 아주 애매한 시간에 점심을 먹으러 간다던가 원격 수업하는 날엔 교실에 처박혀서 퇴근 시간 직전까지 머물렀다. 그들은 죄가 없었다. 죄는커녕 아무런 잘못도 없었다. 그들은 각기 그들의 역할대로, 그들의 성격대로 지냈다. 그들이 싫지 않았다. 말하기 싫을 뿐이다.

신기하게도 학생들한테는 이런 감정이 들지 않았다.




당신과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기뻤어요


며칠 전 점심시간이었다. 밥을 다 먹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옆에 앉은 사람이 말을 걸었다.

"상담 공부를 좀 하고 싶어요."

예전에, 오랜 기간 심리 상담을 받았다고 그에게 말한 적이 있다.

"왜요?"

"우리 반 아이들하고 상담할 때 내가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상담 선생님한테는 말을 하면서 담임인 나한테는 잘 안 해요."

"그거야 학생들한테는 담임과 상담 선생님이 다르기 때문이죠. 일단 공감을 잘해줘야 해요."

"나도 공감을 해 준다고. 그래, 네가 그렇구나. 그렇지만~."

나는 피식 웃었다.

"안 돼요. 너무 짧아요. 지칠 때까지 해 줘야 해요."

"...?"

"사실 그것도 내가 여유가 있고, 체력이 있어야 해요. 학생 입장에서는 힘들 수 있어요. 누군가에게 자신의 문제를 말하는 일이 쉽지 않아요."

우리는 그가 털어놓은 문제에 대해 좀 더 이야기를 나눴다.


한참 시간이 흐른 뒤, 그가 뭐라고 말했다. 우리는 마스크를 끼고 아크릴 칸막이 너머 대화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누가요? 상담 선생님이요?"

그가 말했고 나는 또다시 "OO 선생님이요?"라고 엉뚱한 대답을 했다.

그가 다시 말했다.

"선생님이랑 이야기하니까 든든하다고요. 뭐든지 다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당신과 이야기하니 좋았다는 말을 계속 듣고 싶어서 못 알아들은 척 연기를 한 탓이다. 차마 "선생님이 그렇게 말해줘서 기쁘다."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 순간에는 그랬다. 그저 그 말을 여러 번 듣고 싶었다.


어느새 곁에 앉은 사람들이 죄다 떠났다.

"이제 일어날까요?" 그가 물었다.

나는 좀처럼 자리를 뜰 수 없었다. 그래서 "먼저 가세요."라고 말했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할 일 많은 사람이라 금방 떠날 줄 알았다.


그런데 그가 나를 향해 방향을 틀더니 부드럽게 되물었다.

"왜요?"

나는 울컥했다. 순간, 다정한 말에 이끌려 무언가 털어놓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그러나 침을 꿀꺽 삼키고는 "아니에요, 같이 가요."라고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