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누군가 2

by 키키 리리

내가 병원 진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동료가 있다. 그는 자신의 반 학생 이야기를 종종 한다.

"특정한 장소에서만 감정이 폭발할 수 있어요?"

"방금 전까지 웃으면서 대답했는데 얼마 뒤에는 교실이 떠나갈 정도로 울어요. 기분이 순식간에 바뀔 수 있는 거예요? 오르락내리락하는 건가요?"


나는 모두 그럴 수 있다고 대답했다. '오르락내리락'이라는 표현보다 더 적절한 말을 찾고 싶었지만.


"자신이 너무너무 힘들다고 과장해서 행동하는 걸까요?

"그럴지도 모르죠."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데 선생님이 그럴 수도 있다고 하니 그런 것도 같네요."


그가 들려준 학생의 여러 가지 행동을 고려했을 때, 분명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것 같았다. 내가 의사도 아니고, 학생을 직접 본 것도 아니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었다. 나는 그가 걱정하는 부분에 대해 의사 선생님께 몇 가지를 물어보았다.


"병원 진료를 권하면 학부모님은 정말 싫어해요. 화를 내는 경우는 다반사고, 심지어 담임이 이상하다고 자녀에게 말하는 경우도 있어요. 이럴 때 정말 난감해요."

의사는 내 말을 듣더니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학생에게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지 병원에 가서 평가를 한 번 받아보자고 말씀해보세요. 진료가 아니라 평가라고 말하면 괜찮을 거예요."

나는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담임 선생님과 상담 선생님이 연계를 해야 해요. 현재 그 학생이 외부 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받고 있으니까, 아마 상담센터에 학생 심리 검사한 결과가 있을 거예요. 그걸 바탕으로 권하는 거지요. 객관적인 자료를 근거로 하면 수긍하실 거예요."

나는 의사의 조언을 듣고 조용히 생각했다. 보통 사람들은 정신과 진료나 치료라는 말에 거부감을 갖기 쉽다. 그런데 '평가'라는 단어를 활용하고, 객관적인 자료를 근거로 이야기하면 거부감을 줄일 수 있다는 말이 내게는 그럴듯해 보였다. 아니, 정말 그런 것 같았다.


며칠 뒤, 의사의 조언을 그에게 들려주었다. 그는 눈을 반짝거리며 나를 향해 몸을 돌렸다.


대화 끝에 이렇게 말했다.

"우리 반 학생 때문에 귀한 상담 시간을 낭비하지 마세요."

나는 그의 말을 이렇게 해석했다. '나를 위해 선생님의 시간을 낭비하지 마세요.'

그 말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다.


나를 걱정하는 누군가의 말을 직접 듣는 일이 참 좋았다.




마음의 허기를 채우는 방법


나는 슬프고 아픈 순간을 잘 기억한다. 갈퀴로 내 속을 벅벅 긁어대던 기억을 자주 곱씹는다. 그래서 다정한 사람이 좋다. 따뜻한 말을 해주는 사람이 좋다. 그가 나를 부드럽게 만져주던 순간을 간직하고 싶어서 글을 쓴다. 그러면 다시 한번 그 순간을 사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그가 건넨 다정한 말이 모두 "넌 괜찮아"라는 소리로 치환되어 내 등을 두드리면 먹먹해진 가슴이 수도꼭지를 꽉 잠가놓은 물탱크처럼 빵빵해진다.


결핍을 준 대상에게 다시 보상받을 필요는 없다. 그걸 바라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다. 허기를 채우는 온갖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널린 요즘, 내가 찾은 방법이 참 좋다. '다정한 누군가'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쓰고 싶다. 그 누군가가 직장 동료든, 친구든, 가족이든 상관없다. 자꾸 쓸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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