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생긴 변화
나는 오늘따라 대기 중인 환자 수가 굉장히 적고, 여유가 있다고 생각해서 평소에 궁금한 내용을 물어보았다. 내 문제가 아닌데 의사에게 물어도 괜찮을지 염려스러웠지만 말이다.
내가 병원 진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동료가 있다. 그는 자신의 반 학생 이야기를 종종 한다.
- 특정한 장소에서만 감정이 폭발할 수 있어요?
- 방금 전까지 웃으면서 대답했는데 얼마 뒤에는 교실이 떠나갈 정도로 울어요. 기분이 순식간에 바뀔 수 있는 거예요? 오르락내리락하는 건가요?
- 자기 책상에 부정적인 말을 빼곡히 적어놨어요. 빈 틈이라곤 찾아볼 수 없어요.
이 외에도 동료가 들려준 학생의 여러 가지 행동을 고려했을 때, 분명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것 같았다. 내가 의사도 아니고, 학생을 직접 본 것도 아니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나는 그가 걱정하는 부분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그는 흔쾌히 대답해주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게도 필요한 내용이었다. 담임으로서 여러 학생들을 만나면 학생에게 상담뿐만 아니라 의사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느낀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러나 학부모에게 그 이야기를 하기가 정말 어렵다. 설령 이야기를 하더라도 십중팔구 '담임이 우리 아이를 싫어한다', '담임이 이상하다'는 대답을 듣기 쉽다. 그만큼 어려운 문제다.
"병원 진료를 권하면 학부모님은 정말 싫어해요. 화를 내는 경우는 다반사고, 심지어 담임이 이상하다고 자녀에게 말하는 경우도 있어요. 이럴 때 정말 난감해요."
의사는 내 말을 듣더니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학생에게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지 병원에 가서 평가를 한 번 받아보자고 말씀해보세요. 진료가 아니라 평가라고 말하면 괜찮을 거예요."
나는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담임 선생님과 상담 선생님이 연계를 해야 해요. 현재 그 학생이 외부 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받고 있으니까, 아마 상담센터에 학생 심리 검사한 결과가 있을 거예요. 그걸 바탕으로 권하는 거지요. 객관적인 자료를 근거로 하면 수긍하실 거예요."
나는 의사의 조언을 듣고 조용히 생각했다. 보통 사람들은 정신과 진료나 치료라는 말에 거부감을 갖기 쉽다. 그런데 '평가'라는 단어를 활용하고, 객관적인 자료를 근거로 이야기하면 거부감을 줄일 수 있다는 말이 내게는 그럴듯해 보였다. 아니, 정말 그런 것 같았다.
진료실을 문을 닫고 나오자마자 그의 조언을 잊지 않으려고 핸드폰에 서둘러 메모를 남겼다. 그러면서 동시에 생각했다. 동료에게 의사 선생님의 조언을 말해준다면 분명 기뻐하리라. 그는 그 학생을 무척 생각하고 걱정하고 있으니까.
나는 조금 홀가분한 마음으로 병원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