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좋은 사람이 아니에요

by 키키 리리

긴 병가를 마치고 돌아온 선생님의 넋두리를 들었다.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는 내게 그의 이야기를 듣는 일은 몹시 고통스러웠다. 아침부터 눈물을 찔끔거리며 자리로 돌아왔다. 목구멍까지 슬픔이 차올라 누군가에게 무어라 말하지 않고는 질식할 것 같았다.


내겐 늘 다정한 누군가였던 동료에게 넌지시 말을 꺼냈다. 딱 한 마디 했을 뿐인데 그가 이렇게 대답했다.


"속사정을 잘 모르지만 누구에게나 자기 입장이란 게 있는 거야."


그는 내게 얼음장처럼 차가운 문장을 끼얹고는 천천히 돌아섰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감정이 앞서서 한쪽만 바라보았던 걸까? 항암치료를 채 끝마치지도 못하고 학교로 돌아온 선생님의 사정에 마음이 앞서서 그를 힘들게 하는 누구누구를 나쁜 사람이라고 성급하게 판단했던 걸까?


머릿속이 복잡했다.




복잡하게 나쁜 사람이지만


신형철 평론가는 『정확한 사랑의 실험』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그리고 깨닫게 될 것이다. 타인은 단순하게 나쁜 사람이고 나는 복잡하게 좋은 사람인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대체로 복잡하게 나쁜 사람이라는 것을.


나는 누구누구의 입장을 헤아리고 그의 이야기도 들어봐야 했을까? 그래서 그가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알아야 했을까? 내가 부끄러웠던 까닭은 누구누구가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복잡한 사정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놓쳤고, 내가 한쪽 말만 듣고 이리저리 휘둘릴 수 있는 나쁜 사람일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하루가 지난 지금도 마음은 여전히 불편했다. 아픈 선생님누구누구다정한 동료는 소설 속 등장인물이 아니다. 우리의 이야기가 좋은 소설이었다면 이 소설을 끝까지 읽은 독자가 그들 각자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서사를 남겼겠지. 그래서 그들 모두 나름의 입장과 사정이 있고, 그들 모두는 혹은 우리는 복잡하게 좋은 사람이 아니라 복잡하게 나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었겠지.


그렇지만 복잡하게 나쁜 사람이라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나쁜 것은 나쁜 것이고, 옳지 않은 행동은 옳지 않은 행동이었다. 복잡하게 나쁜 사람이라고 해서, 그런 사정이 있다고 해서 모두 다 그런 식으로 행동하거나 말하지 않는다. 다른 방법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다른 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러니 누구누구의 행동에 그럴듯한 사정과 입장이 있다고 해서 그들의 잘못에 절대 면죄부는 될 수 없다고 믿는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의 이야기가 좋은 소설이 되기 위해서는 그런 사정이 죄다 필요했겠지만 말이다.


나는 다정한 동료에게 이 내용을 전달하고 싶지만 결국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을 것임을 안다. 애써서 무언가를 바로잡는 일과 의견 차이를 좁히는 일을 굳이 할 필요는 없다. 특히 어떤 관계에서, 어떤 지점에서는 말이다. 다만 이 일을 통해 내가 나쁜 사람이라는 것, 복잡하게 나쁜 사람이라는 점만 기억하면 된다.

이전 07화약한 존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