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에 웃으며 새해를 맞이해

25.01.01 날씨 맑음

by 김이서

원몬아! 생일 축하해,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받아


오늘 아침은 고소한 참기름에 한우와 불린 미역을 볶는 냄새로 가득했어. 거실에 든 아침 햇살과 아직 가시지 않은 바닥의 온기가 겹쳐 잠시 계절을 잊기도 했지. 잡곡밥에 소고기랑 깍두기를 먼저 먹고 미역국은 후식처럼 호로록 마시는 모습이 너무 귀엽다. 들기름에 부친 두부도 어찌나 잘 먹는지 감기에 걸려도 입맛을 잃지 않는 네가 참 기특해. 온 가족이 감기에 걸려서 약기운에 늦잠을 잔 새해 아침이지만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


물에 젖은 솜뭉치처럼 몸이 축축 처지지만 엄마도 아빠도 기운을 내서 네 선물을 사러 나섰다. 너의 첫 생일 선물을 직접 고르게 해주고 싶어서 말이야. 마트 장난감 코너에 들어서자마자 포크레인이 그려진 큰 레고 상자를 집어 들고 "이거 사야 해. 이거 사야 해."를 외치는 모습을 보고 엄마랑 아빠는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 나이에 맞는 장난감은 아니지만 너의 포크레인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고 있으니, 누가 말리겠어? 그리고 하늘색 코끼리 인형도 골랐단다. 작년 가을에 동물원에서 코끼리를 보았던 게 기억에 많이 남은 것 같네. 그렇게 선물을 사고 3일 전에 예약해 둔 생크림 딸기 케이크를 찾아서 집으로 돌아왔단다.


해님이 집으로 돌아갈 무렵, 우리는 생일 케이크에 두 개의 초를 꽂고 '생일 축하합니다' 노래를 불렀어. 촛불도 후우- 하고 불어 한 번에 껐단다. 그런데 그게 꽤 즐거웠나 봐. 케이크를 절반 정도 먹었을 때 갑자기 "생일 축합니다 또 할까?" 하더니 쏙 빼 온 딸기를 다시 케이크 위에 꽂더라. 네 고집을 못 이기고 결국 반쪽짜리 케이크로 한 번 더 초를 불었다. 덕분에 웃을 수 있는 일이 하나 더 늘었다.


작년 12월부터 상상할 수 없던 일이 벌어지고 불안한 일상이 지속되더니 곧 큰 슬픔으로 뒤덮였어. 그래서 올해는 새해가 와도 연말이 이어지는 기분이었는데, 우리 원몬이 덕분에 분주하게 움직이고 웃으며 새해를 맞이했다. 너의 두 번째 생일이 아니었다면 아마 힘들었을 거야.


건강하고 예쁘게 자라주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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