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돌 기념사진 찍은 날

25.01.11(토) 맑음

by 김이서

우리 아들, 요즘 짜증이 많지? 미국에서는 이런 두 살 시기를 ‘Terrible Twos’라고 부른데. 독립심은 강해지지만, 모든 게 서툴러서 부모랑 갈등이 잦아져서 그렇대. 드러눕고, 소리 지르고 부모가 “안 돼”하면 일부러 더 하는 때이지. 요즘 너도 그 모든 것을 빠짐없이 하고 있단다.


어떤 날은 인내심이 ‘뚝’ 하고 끊어져서, 무서운 얼굴로 “이놈!”하고 야단을 칠 때도 있어. 하지만 엄마는 이 시기가 ‘Terrible’ 하기보단 ‘Terrific’ 하다고 느낀다. 쫑알쫑알 귀여운 말을 쏟아내고, 어설프지만 혼자서 해낸 걸 자랑하는 모습도 사랑스러워. 여수 할머니가 늘 “원몬이가 지금 효도 다 하는 거다”라고 하시는데, 정말 그렇다.


엄마는 이 순간을 붙잡아서 두고 싶었나 봐. 그래서 오늘 두 돌 기념사진을 찍었어. 가족사진도 같이 남겼다. 사실 촬영 전까지 네 아빠는 “돌 스냅 찍었으면 되었지 무슨 사진을 또 찍냐?”며 불만이 많았단다. 하지만 촬영이 시작되자, 널 웃게 하려고 손을 흔들고 춤을 추더구나. 까르륵 웃는 너를 보고 엄마보다 더 좋아했어. 단언컨대, 이번 가족사진은 네 아빠의 올해 카톡 프로필 사진이 될 거다.


네 아빠의 불만도 이해는 된다. 돌 스냅은 꽤 화려한 촬영이었거든. 돌잔치까지 치르면서, 마치 결혼식만큼이나 거대한 가족 행사가 되었지. 하지만 이번 두 돌 촬영은 소소했어. 우리 세 가족이 너의 두 번째 생일을 맞이하며 함께하는 작은 기념이었지. 평소 입던 옷을 입고 편하게 촬영해서일까? 오히려 ‘정말 가족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 의미가 조금 달랐단다.


첫돌은 버텨낸 시간이었어. 밤새 몇 번씩 깨서 울고, 피곤함에 절어 하루를 보내곤 했지. 돌이 지나고 나서도 엄마와 아빠는 3시간만 푹 잘 수 있다면 감지덕지 할 정도였지. 그런데 두 돌이 되니, 같이 책을 읽고 자장가를 따라 부르다 잠이 들어. 새벽에 깨서도 “원몬이 엄마 좋아!”하고 배시시 웃다 잠들곤 해. 한순간에 피곤함이 녹지.


요즘은 힘들 때보다 즐거울 때가 많다. 너무 빨리 커서 아깝다는 생각이 들 만큼. 미쉐린 타이어 같은 통통한 아기 몸을 벗어나면서 이목구비가 또렷해졌어. 너도 새 옷을 입고 거울 보기를 즐긴단다. 돌 무렵엔 엄마, 아빠 말고는 대부분 옹알이였던 것 같은데 두 돌이 되니 말도 정말 잘해.


“오늘 재밌었어”, “빨간불 가면 안 돼, 초록 아저씨 가야 돼.”, “물 먹고 자야 하나?”, “뮤직 큐!”, “레츠 고우!” 네가 하는 모든 말들이 귀엽고, 사랑스럽고, 소중하다. “곰곰이 이름 아빠야.”라면서 엄마가 부르는 아빠 애칭을 따라 하는 것도 너무 재밌어.


그러니 엄마는 이 순간을 더 오래 간직하고 싶다. 네가 더 자라고, 또 새로운 말을 배우고, 세상을 알아가면서, 엄마 아빠도 너와 함께 성장하겠지. 아마 그때가 와도, 엄마에게는 ‘원몬이 엄마 좋아!’라는 말이 가장 소중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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