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어금니

25.01.13(월) 눈/비

by 김이서


이른 새벽 갑자기 칭얼거리며 눈을 떴지. 이젠 네가 작은 손가락을 잘근거리며 짜증을 부릴 때마다 ‘올 것이 왔구나.’ 하고 마음을 다잡아.


처음 네가 이앓이를 시작했을 때는 당황스러웠어. 밤마다 우는 너를 어떻게 달래야 할지 몰라 나도 같이 울 뻔했지. 외할머니도 “난 너네 키울 때 이런 거 몰랐다.” 하시며 신기해하셨거든.


가오리 인형 꼬리를 입에 넣고 잘근잘근 씹고 빠는 소리. 밤새 뒤척이다 깨서 내는 짜증. 침이 많아져서 붉게 침독이 오른 볼과 턱선. 낮에 잘 놀다가도 갑자기 주저앉아 "아야, 아야." 하며 울음을 터트리는 순간들. 작은 몸으로 이겨내려고 애쓰는 네가 마냥 안쓰러웠지.


앞으로 이게 몇 번을 더 남았다는 사실에 암담한 때도 있었지만, 벌써 이렇게 마지막 어금니가 찾아왔네. 말을 제법 잘하는 시기에 찾아온 어금니라서 이 고통을 '치과 놀이'로 승화해 보기로 했단다.


“어디가 아파서 오셨어요?”

"여기, 아긍니 아야 해!"


넌 입안 가득 물고 있던 손을 빼내더니 눈살을 찌푸렸지. 입안을 들여다보니 과연. 오른쪽 위는 무언가 희끗하고, 왼쪽 위는 잇몸이 봉긋하게 부어있더라. 두 개가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자라날 듯 보였어. 내 새끼 많이 아프겠다. 마음이 찡했어. 이 어금니만 나면 이제 젖니는 다 나는 거니까, 마지막 고비라는 생각도 들었다.


"오른쪽 어금니는 곧 하얗게 많이 나올 것 같고요. 왼쪽 어금니는 이제 이가 나오려고 하고 있네요."

"이쪽 아긍니 많이 나오고, 이쪽 아긍니 나올 거야." 그새 너는 내 말을 따라해 기특하게 설명하더구나.


"네네, 약 드릴게요. 아~ 잘했어요."

"주사도 맞아야 돼."

이런 의료 친화적인 녀석. 주사까지 챙기는 네가 좀 우습기도 했지만, 잠시라도 치과 놀이를 하며 통증을 잊게 해 줄 수 있어 기뻤다.


이앓이는 네가 성장하는 과정 중 하나일 뿐이지만, 너에게는 작은 전쟁일 거야. 우리는 그동안 앞니도, 송곳니도, 어금니도 함께 맞이했지. 냉동실에 얼려둔 쪽쪽이를 헐레벌떡 가져다 주던 때부터 얼음물을 마시는 지금까지. 네가 성장하는 순간을 함께 잘 버텨왔다.


이 마지막 어금니가 나오면, 드디어 이앓이도 졸업이다. 아마도 또 다른 성장통이 기다리고 있겠지. 하지만 괜찮아. 엄마가 항상 네 곁에서 함께 해줄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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