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1.24(금) 맑음
자식 자랑은 팔불출이라지만, 오늘만큼은 예외로 하고 싶다. 우리 두 살배기 천하장사의 탄생을 한 껏 기뻐하고 싶으니까! 설을 앞두고 어린이집에서 엉덩이 씨름 대회를 열었다고 해. 어린이집에서 이런 행사를 하는 줄도 몰랐는데, 하원할 때 '씨름왕'이라는 스티커가 붙은 선물을 받고 얼떨떨했단다.
"선생님, 씨름왕은 뭔가요?"
"어머니, 많이 칭찬해 주세요. 원몬이가 3개 아가반 전체에서 엉덩이 씨름 우승했어요."
엉덩이 씨름은 바닥에 네모난 링을 만들고 그 안에 들어가 앉아, 엉덩이로 상대를 링 바깥으로 밀어내면 이기는 게임이라고 하셨어. 아가들의 안전을 위해 귀엽게 변형된 씨름이었지.
처음에는 네가 힘이 좋아 이긴 줄 알았단다. 네 아빠도 체형이 한라급인데 원몬이가 똑 닮아서. 평소에도 저녁 먹고 아빠가 푸시 업이나 스쿼트를 하면 옆에서 곧 잘 따라 하곤했거든. '부전자전'이라 생각했던 거지.
하지만 우승의 비결은 따로 있었어. 선생님 말씀으로는 유일하게 게임 룰을 이해하고 상대를 어떻게 밀어야 하는지 파악했다고 하셔. 언어가 빨랐던 덕분이었단다. 그러니까 말귀를 알아들은 아이가 우리 아들뿐이었던 거야. 예상 밖의 이유였지만, 두 살 배기들의 씨름판에서 있을 법한 일이었다.
영상 속에서 너는 한 손으로 바닥을 짚고, 무릎을 세워 뒤꿈치를 바닥에 찍더니 엉덩이를 힘껏 뒤로 밀더구나. "잘한다! 잘한다!" 선생님의 응원소리에 맞춰 끙차끙차 잘도 움직였지. 집중한 눈이 반짝반짝 빛났어. 등을 맞대고 앉아 있던 아이는 멀뚱히 있다 링 밖으로 대책 없이 밀려났단다.
나도 모르게 "우와!" 하고 소리를 질렀어. 팔불출이 따로 없었지. 그 작은 몸으로 무언갈 해내는 게 한 없이 기특했단다. 두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규칙을 이해하고 행동했다는 사실이 승리 이상의 의미를 가져다줬어. '우리 아들이 이렇게 똑똑하고 대단하다니!' 여수로 일산으로 네 할머니와 할아버지께 사진과 영상을 보내느라 손가락이 바빠졌다.
"다른 애들은 무슨 말인지 모르는가 보구만, 원몬이가 발로 밀면서 밖으로 걷어내는 것이 참 잘한다."
"천하장사 씨름왕 원몬이!! 너무 귀엽고 재밌다. 원몬이 최고!"
양가에서 찬사가 쏟아졌다. 내가 팔불출이라면, 우리 아빠와 시어머니는 팔팔불출 즈음 되는 것 같았지. 기쁨에 즐거움이 더해졌어.
엉덩이 씨름처럼 사소한 일에 내가 왜 이렇게 호들갑일까? 아마도 너의 속도 대로 세상을 배우고 있는 모습이 놀랍고 대견해서 감동한 것 같아. 그것이 아무리 작은 일이라 하더라도 말이야. 그러니 오늘만큼은 엄마 아빠가 팔불출이 되어도 괜찮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