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1.25(토) 맑음
지난밤에 이름을 붙인다면 '공포의 어금니'라고 부르고 싶다. 한밤중에 어금니가 아프다고 발망치질을 하며 짜증을 부리더니 양손을 입에 물고 자다 깨다 칭얼대길 반복했어. 얼음물도 가져다주고, 안아주고 쓰다듬어 주어도 해결이 안 되었지. 그렇게 긴긴밤을 보내다 동이 트기 전 겨우 잠이 들었단다.
네가 늦잠을 자는 사이 여유롭게 아침을 맞았어. 전날 밤 돌린 식세기의 그릇을 정리하고, 빨래를 돌리고 커피를 한 잔을 마실 즈음, 네가 방에서 도도도도 걸어 나왔다.
"원몬이 잘 잤니?"
"엄마, 고기맘마 먹을까?"
너의 아침인사에 한숨 돌렸다. 병원에 널 데리고 가야 하는데 칭얼대면 어쩌지 걱정하고 있었거든. 지난밤에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기분 좋아 보여서 정말 다행이었단다. 아침밥을 든든히 먹고, 병원 갈 채비를 했어. 엄마가 손가락 관절이 계속 아팠거든. 귀찮다고 병원 가길 미루다 더는 안 되겠다 싶어서 말이야.
널 따뜻하게 입히고 푸시카에 태워 집 근처 정형외과에 도착했다. 병원에서의 대기시간이 길어지면서 나는 속으로 '언제 끝나지? 하고 초조해했단다. 호주머니 속 뽀로로 캔디를 만지작 거리면서 '어쩌냐 몇 개 안 남았는데'하며 불안해졌지. 하지만 꽂혀있는 잡지를 펼쳐 읽어주고, 작은 모험을 하듯 병원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지루함을 덜었어. 엑스레이 찍고, 초음파 촬영하는 동안 징징대지 않고 기다려준 네가 얼마나 기특하고 고마웠는지 몰라. 엄마도 너 덕분에 덜 지루했던 것 같기도 해.
병원에서 시간을 많이 보낸 탓에 때늦은 점심을 먹고 소화시킬 겸 까까를 사러 다녀오니 낮잠시간이 훌쩍 지나있었어. 엄만 어제 못 자서 너무 졸린데, 넌 쌩쌩해서 참 난감했단다. 네게 책을 읽어주는 목소리에 점점 기운이 빠져가는 걸 느끼며 한계에 부딪혔을 때 즈음 도어락 비번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원몬아, 아빠 왔다!" 소리치며 현관으로 달려 나갔고, 너도 "우와, 아빠다!!" 소리치며 신나게 뒷따라왔단다.
현관문이 열리는데 후광 비슷한 게 나는 것 같더라. 네 아빠는 옷을 갈아입고, 저녁밥으로 버섯크림 파스타를 만들어 주었다.
난 이제 좀 살 것 같다며 파스타를 돌돌 말아먹고 있었어. 그때 원몬이가 포크를 입에 가져다 넣는 속도가 점점 느려지는 게 느껴지더구나. 종일 낮잠도 안 자고 놀더니 잠이 쏟아졌나 봐. "원몬아, 먹고 자야지." 소리에 겨우 눈을 뜨고는 "다 먹었어요." 하며 그릇을 앞으로 밀더라. 작은 손으로 붙들고 있던 포크를 스르륵 내려놓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고 사랑스럽던지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어. 등받이에 기대 잠들어 버린 널 보고, 아빠는 '술 취한 이모부'같다며 한참을 웃었지.
실은 오늘 하루가 너무 피곤하고 힘들어서 이런 해피엔딩이 있을 줄은 몰랐네. 이 40초 남짓 되는 영상은 내가 힘들 때마다 꺼내 보며 웃게 될 소중한 추억이 될 거야. 넌 결국 이렇게 우리에게 웃음을 주는구나. 너와 함께 한 모든 시간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 또 한 번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