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첫 책 읽기

25.01.30 흐림

by 김이서

원몬이가 매일 꼭 껴안고 자는 인형이 있어. 작년 어린이날 코엑스 아쿠아리움에서 너에게 간택된 푸른색 아기 가오리야. 아기 가오리는 네가 낮잠 잘 때 날개로 눈을 덮어주기도 하고, 이앓이를 할 때면 가느다란 꼬리를 잘근잘근 씹어도 이해해 주는 친구야. 그런 아기 가오리가 고마웠던 걸까? 오늘 아침 눈을 떠보니 네가 그 친구를 옆에 두고 작은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고 있었단다. 어제 잠들기 전 엄마가 읽어준 '곰 할머니의 잠가게'를 말이야.


첫 장을 펼치고 "아기 가오리야, 이건 폭포야."라고 말하더니, 다음 페이지로 넘어갔어. 그리고는 곰 할머니의 잠가게를 내부를 훑어주었지. "아기 가오리야, 곰 할머니 책 많이 있어." 책장을 가리키며 말하더니. 벽난로를 보곤 "아, 뜨거워!" 하네. 그 모습이 신기해서 나도 모르게 숨죽이고 지켜봤단다.


"코끼리 푸우우우 자고, 나비 꿍하고, 지렁이 코오 자고, 호랑이 도롱도롱 자고." 곰 할머니가 만든 단잠을 마신 손님들이 잠든 모습을 어찌나 예쁘게 말하던지 혼자 보기 아까웠어. 그렇게 아기 가오리에게 색연필, 버섯, 달님도 소개해주고 비눗방울을 후우-하고 부는 것도 알려주었지.


곰 할머니의 마지막 손님 아기곰이 나오자 "아기 가오리야, 아기곰이야. 그리고 이제 끝이야. 다음 페이지 없어."라고 했단다. 너와 책을 읽다 마지막에 이르면 내가 항상 하던 말이었지. 네가 책표지와 붙어있는 종이를 손톱으로 긁어서 넘겨보려 했으니까. 그 말을 똑같이 따라하는 널 보고 웃음이 나왔어.


중간중간 크게 숨을 들이쉬며 어떻게 말해야 하나 고민하는 모습이 참 진지하더구나. 어렵다 싶으면 입을 오물거리고 연습하듯 몇 번씩 소리를 내고, 성공하면 뿌듯해했어. 띄엄띄엄 넘어가는 페이지도 많았지만, 엉성한 발음으로 끝까지 책을 읽어주는 모습이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책을 읽어주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문득 네가 했던 말이 떠올랐어.


"원몬이도 크면 엄마 책 읽어줄게요."


오늘, 그 약속을 조금 먼저 연습해 본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니 이런 작은 변화도 기적처럼 느껴져. 너도 알고 있니?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네가 내게 책을 읽어 줄 날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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