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02(일) 맑음
'이 정도 먹었으면 밤새 든든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저녁 밥상을 치웠어. 이따금 새벽에 우유를 찾는 게 걱정이었는데, 오늘은 그럴 일이 없다고 생각했지. 목살도, 된장국도, 두부도 야무지게 먹었거든. 심지어 깍두기 국물까지 싹 비웠으니까!
절에서 스님들이 발우공양 하듯, 한 톨도 안 남기고 깔끔하게 먹더라. 그래서 오늘 밤은 조용히 지나갈줄 알았어. 그런데, 새벽 두 시. 침대맡 어둠 속에서 잠꼬대 소리가 들리는 거야.
"엄마, 아빠... 완전 깜깜해서 까까 안돼. 우유, 우유 먹고 싶어요."
꿈꾸나보다 했어. 토닥토닥 다독여주면 다시 잘 줄 알고, 살짝 등을 쓸어주었지. 그런데 우리 원몬이가 벌떡 일어나 앉더니, 아주 또박또박 말하더라.
“우유 주세요.”
'아, 잠꼬대가 아니었구나.' 그제야 상황을 파악하고, 부비적 거리며 무드등을 켰어. 눈은 아직 반쯤 감겨 있는데, 표정은 확실했다. 우유 달라는 거였어. 결국 부스스 일어나 주방으로 향했어. 원몬이는 종종걸음으로 뒤따라오고.
냉장고 문을 여니까 새하얀 불빛이 번쩍했지. 눈살을 찌푸리는 게 귀엽기도 하고, 좀 웃음이 나더라. 이 상황이 웃겼는지도 모르겠어. 우유를 컵에 따라줬더니, 작은 손으로 감싸 쥐고 꼴깍꼴깍 천천히 마시더라.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이불속으로 쏙 들어가 단잠에 빠졌어.
난 냉장고 앞에 서서 빈 컵만 멍하니 내려다봤지. '그렇게 먹고도 배가 고팠던 걸까?' '성장기라서 그런가? 아니면 그냥 습관?' 뭐가 됐든, 사실 이유가 중요한 건 아닌 것 같더라. 그냥 또 하나 배운 거야. 스물여섯 달을 살아낸 아이의 하루는 예측이 안 된다는 거. 그리고 그런데도 불구하고 참 사랑스럽다는걸.
육아는 정말 정답이 없는 일 같아. 어떤 날은 토닥이면 다시 잠들고, 어떤 날은 꼭 한 모금 먹어야만 잠이 드니까.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나는 언제든 기꺼이 쑥쑥 자라느라 애쓰는 이 작은 존재를 도와주고 싶다는 거.
이불속에서 뒤척이던 모습을 보니까 와, 정말 많이 자랐더라. 언제 이렇게 길쭉이가 되었지. 힘껏 팔을 뻗어도 손끝이 머리 위로 안 올라갔었는데. 우유 한 잔을 사이에 두고, 또 하루만큼 더 자란 거겠지.
원몬이는 이 새벽을 기억 못 하겠지만, 나는 오래오래 기억할 것 같아. 이렇게 빨리 크는 게 아까운 마음. 지금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잠든 얼굴을 하나하나 눈에 새긴다. 이런 마음조차도 소중한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