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치 하나의 추억과, 어머니

25.02.03(월) 맑음

by 김이서

오늘 처음 치과에 다녀왔어. 24개월 무렵에 구강검진을 하게 되어있거든. 덕분에 소아치과가 따로 있다는 것도 알게 되고, 생경한 진료 방식도 경험하게 되었단다.


진료 의자 대신, 엄마의 무릎과 의사 선생님의 무릎을 맞댄 인간 침대에 너를 눕혔어. 너의 어깨와 머리엔 폭신한 베개를 받쳐주고, 겁먹지 않게 손을 가볍게 잡아주었지. 난 참 어색했는데, 넌 침착하게 잘 따라줬단다. 충치를 보여주는 붉은 고글에 시선을 빼앗긴 탓도 큰 것 같아. 넌 호기심이 많으니까.


아래 어금니에 충치가 살짝 시작되고 있었어. 하지만 양치질을 잘해주면 괜찮을 거라고 하셨지. 늦지 않아 다행이다 안심하면서도, 문득 아주 오래전 기억이 떠올랐단다.


엄마는 말이지, 충치가 하나도 없어. 어릴 때 ‘건치 어린이 선발대회’에서 상도 받았단다. 치아를 건강하게 지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엄마는 아주 어릴 때부터 배웠어. 그리고 그 배움 뒤에는 외할머니의 지극한 정성이 있었지.


외할머니는 타고나길 치아가 약하셨다. 엄마 어릴 적부터 외할머니 앞니가 인공치아셨어. 금빛 어금니는 기본이고. 젊은 나이부터 불편을 겪으셔서, 자식들의 치아 관리에 진심이셨어.


매번 식후에, 빠짐없이 “치카치카했어?”라고 물으시고, 양치질을 잘했나 확인하셨지. 아픈 곳이 없어도 우리는 1년에 두 번씩 치과에 갔어. 외할머니는 “아프기 전에 관리를 잘해야 한다. 이가 튼튼한 게 오복 중 하나야.”라고 말씀하시곤 하셨지.


그때는 당연하게만 여겼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외할머니가 시대를 앞서가고 계셨던 거야. 참 놀랍고 감사한 일이지. 이제야 그 깊은 뜻을 깨닫게 된다.


"이제 엄마 차례야. 네 이를 닦아줄 시간이 왔어." 외할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엄마도 너의 건강한 치아를 정성껏 지켜줄 거야. 네가 스스로 치카치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정기적으로 치과 검진도 챙겨줄게.


치카치카, 포카포카, 치카포카치! 오늘 밤도 신나게 리듬을 타며 너와 함께 양치질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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