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제법 쓸 만한 사람

100-01. 사명서: 글을 쓸 결심

by 최고미
나는 나의 몸에 새겨진 글을 발견하고 옮겨 적으면서, 이전과는 다른 삶의 태도를 가지게 됐다. '몸에 새겨진다'라는 표현은 무척 모호하지만, 개인이 공부하고 경험한 모든 것이 글쓰기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 <당신은 제법 쓸 만한 사람> 中

누구나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다. 그렇기에 누구나 글감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누구나 쓸거리를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누구나 작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작가가 된다는 것은 자신의 언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자신만의 정의를 가진 두툼한 어휘 주머니를 가지고 경험과 생각들을 다른 사람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힘을 지닌 사람에게 작가라는 타이틀을 줄 수 있다.

하루아침에 두둑하게 어휘 주머니를 채울 수는 없다. 꾸준하게 시간을 쌓아올려야 한다. 매일 책을 읽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사유의 시간을 가지면서 어휘들을 모아야 한다. 모아진 어휘들을 어떻게 쓸지 정리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그렇게 채워진 주머니를 가지고 자신의 생각을 적확하게 표현하는 힘을 가진 사람이 될 수 있다.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

최근 몇 년 사이 책을 내고 싶은 생각을 많이 했다. 편집자로 있는 후배에게 기획서를 보내보기도 했다. 전문 기획가의 조언을 구하고, 목차도 구성하고 책의 방향도 설정했다. 그런데 2~3년이 지나도록 한 글자도 쓰지 못하고 있다. 매일 한 줄이라도 써 보려고 했는데, 잘 되지 않는다. 무엇이 글쓰기를 주저하게 만들고 있을까? 게으름 때문일까? 처음부터 완벽하게 쓰고 싶어서?

책읽기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한 5년 전이 생각난다. 독서에 대한 욕구가 불타올라 북클럽에 가입하고 오랜만에 책을 들었다. 그런데 40여일이 지나도록 책을 절반도 채 못 읽고 있었다. 그나마 읽은 부분은 내용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렇게 책도 못 읽는 바보라는 생각에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이 커졌다. 책을 잘 읽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독서 진도가 안나가는 이유를 찬찬히 생각해 봤다. 그 때 깨달았다. 책을 그저 여유있을 때 읽는 것으로만 생각했다. 정말 책을 읽고 싶으면, 책 읽을 시간을 마련해야 한다.

생각만 하고 실행을 하지 않는 몸뚱아리를 나무랐다. 그리고 나의 하루를 살펴봤다. 책을 집중해서 읽을 시간대를 찾았다. 그렇게 매일 한 시간 집중해서 무조건 책을 펼치기로 했다. 스스로와 비밀약속을 하면 작심삼일로 끝날까 봐, 그리고 내 집중력을 가장 많이 뺏어가는 휴대폰을 멀리하기 위해 인증영상을 촬영했다. 촬영한 영상을 편집해서 인스타그램에 독서인증을 매일 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3일을 했더니, 반도 못 읽었던 책을 완독했다. 그 이후 점점 독서 습관이 자리잡아갔다.

해낼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나에게 효과적임을 안다. 독서습관을 만들었던 것처럼 글쓰기도 써야하는 환경이 필요했다. 책을 내고 싶지만 글을 쓰지 않는 모순을 버려야 한다. 그래서 앞으로 100일 동안 매일 쓰는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했다.

곰이 100일동안 쑥과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그저 전설처럼 내려오는 것만은 아니다. 오래도록 인고의 시간을 쌓아올려야 환골탈태할 수 있음을 말해주는 진리의 이야기다. 나도 제법 쓸 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정말 내 이야기를 나만의 언어로 담아낸 책으로 증명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매일 쓰는 사람이 제법 쓸 만한 사람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책과강연 #백백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