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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부터 새로 온 아이가 있다. 상담할 때부터 말수가 적고 수줍음이 많은 아이였다. 상담 내내 함께 온 엄마가 아이의 말을 대변해주는 듯한 모습을 보면서 아이가 생각 표현이 서툰 이유를 어느정도 짐작했다.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의 아이들은 질문을 받았을 때 대답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자주 있다. 그것도 작은 목소리로 입안에 머금는 발음으로 말한다. 아이의 말을 들으려고 기다리면 엄마가 먼저 나서서 아이의 생각인냥 대신 말했다. 수업때 충분히 얘기 나눌 수 있으니 수강상담을 그냥 마무리했다.
한 주 넘게 수업을 하면서 아이를 세심히 살펴봤다. 낯가림이 심해서 적응하고 친해지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거라는 어머니의 당부가 계속 있었던터라, 대답할 때 거의 안 들릴 정도의 소리로 말을 하는 것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었다. 적어도 호불호에 대한 답은 좀 확실하면 좋으련만, ‘네, 아니오’의 대답도 잘 안했다.
일주일 넘게 지켜보던 오늘도 분명하게 말하지 않는 아이에게 반복적으로 같은 질문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블루베리 먹을거냐는 물음에 고개만 까딱거리는 모습에 예의있게 말로 답해보자고 했다. 입도 거의 벌리지 않고 ‘네’와 ‘응’ 어디쯤 소리로 답했다. 초등 고학년인데, 호불호 정도의 답을 분명히 할거라 생각한 나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진지하게 그 아이에게 말했다. 그렇게 대답하면 상대방이 잘못 알아듣거나 오해할 수 있다고. 분명하게 말하지 않으면 여러번 질문하거나 마음대로 이해해 넘겨버릴수도 있다고. 적어도 호불호는 말할 수 있어야 다른 소통도 할 수 있다고.
마치는 시간이 되어 앞으로 잘해보자는 말에 또다시 애매하게 답하는 아이였다. 습관이 되어버린 듯 했다. 앞으로의 시간동안 아이가 내 말을 듣고 시도해보려 노력은 할지 계속 지켜보려 할 생각이다. 저어도 “네 아니오” 의사소통이 원활해질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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