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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민 Jan 16. 2023

내가 박사에 진학한 이유는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박사 합격 하고 난 뒤, 기쁜 마음으로 주변 지인들에게 소식을 전했다. 그랬더니 가장 먼저 돌아온 대답은 "교수하려고?"이었다. 어처구니없겠지만 난 (지금은) 교수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그다음으로 돌아온 반응은 "결혼 안 하려고?"이었다. 난 아직 '공부하는 여자'는 결혼을 할 수 없다는 프레임이 있는 세상에 살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박사에 진학한 이유는 간단하다. 목적 없는 공부가 너무 재미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나의 지적허영심도 포함이다. 난 지적 허영심이 크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때 내가 모르는 철학자 이야기가 나오면 아닌 척 하지만 스스로에게 짜증이 난다. 내가 모르는 철학자 그리고 영화감독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고 싶다. 


이런 내 모습을 보고 허영심만 가득하다고 비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가 각자만의 허영심을 가지고 살아간다. 이 허영심은 누군가에게는 람보르기니일 것이고, 샤넬백일 것이고, 마용성 자가 아파트일 것이다. 원래 쓸모 있을수록 가치는 없다. 남들 샤넬백 꺼낼 때 난 영화학 박사학위를 꺼낼 수 있게 주머니에 넣고 다닐 것이다. 가격으로 따지면 에르메스 가방 여러 개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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