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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민 Nov 13. 2023

죽기 10일 전

충복 옥천에 살고 계시는 우리 할머니랑 같이 교회 다니는 동네 할머니가 계신다. 일요일 아침이면 "교회 가자"는 전화가 오고 곧이어 동네 할머니는 우리 할머니 데리러 집으로 오신다. 그동안 동네 할머니의 할아버지는 교회 가는 길목에 있는 의자에 앉아계신다. 그녀들이 교회 갔다 올 때까지 그냥 앉아계셨다. 그런데 지난 주말 밤 그녀들의 교회 가는 길을 기다려주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가 쇠약 해진 건 늙음에서 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언젠가 떠날 나이가 되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지난달까지만 해도 괜찮아 보이셨는데 갑작스러운 부고소식에 조금 놀랬다. 그의 마지막 10일을 할머니에게 듣고는 슬퍼졌다.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기 10일 전부터 식사를 하지 못하셨다고 한다. 몸속에 퍼져버린 암세포 때문에 너무 고통스러워 아무것도 먹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아무것도 먹지 못할 정도로 아팠으면서 할아버지는 남은 10일 동안 혼자남을 할머니를 위해 궂은일을 다 해놓으셨다고 한다. 혼자 남은 할머니가 조금이라도 덜 고생스러우라고. 아픈 몸을 이끌고 밭일도 하고 전구도 미리 다 갈아놓고 가셨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죽음을 예상한 것이었다. 그렇게 자신만의 방법으로 떠날 준비를 하셨던 거다. 10일 동안의 그의 마음이 어땠을지는 상상도 안된다. 그렇게 준비를 할 수 있었던 것이 다행이라고 느꼈을 수도 있었겠단 생각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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